내 몸의 가장 먼 곳이 아픈 것은
내 마음의 가장 먼 곳이 아픈 까닭이다
내 마음의 가장 먼 곳에 가서 하루 종일 간병했더니
내 몸의 가장 먼 곳이 나았다
그 마음의 먼 곳에서 몸과 함께 살아가는 동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
또 다시 마음의 먼 곳이 생겨났다
나는 또 머지않아
몸의 가장 먼 곳이 아파올 것을 예감한다
좀처럼 가닿을 수 없는 먼 곳이 있어서 나는 오늘도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마음을 살아간다
내 몸의 가장 먼 곳에도 곧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거라는
마음의 일기예보를 예의 주시하는 오늘 밤도 깊어 간다
마음을 돌봐야 몸도 치유된다

로마 철학자 유베 날리스의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몸의 병은 많은 경우 마음의 병에서 비롯된다. 암의 최대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억울한 마음을 풀지 못해 생기는 화병도 있다.
그러므로 몸이 아프면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한다. ‘내 마음의 가장 먼 곳’이 아프다는 것은 억눌린 감정이나 무의식적 고통, 깊은 내면의 문제들을 말한다. 이런 마음을 돌보고 다스리면 몸의 아픔도 줄어든다. 몸과 마음은 이렇게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 몸이 마음을 돌보고 마음이 몸을 치유한다. 하지만 살아가는 일은 끝없이 상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상처뿐인 삶이 없듯이, 상처 없는 삶도 없다. 마음은 몸과 함께 살아가면서 새로운 상처에 아파하고, 몸은 상처를 돌보면서 마음의 그늘과 어둠도 함께 씻어낸다. 하여 우리는 몸과 마음에 함께 민감해야 한다. 마음의 변화를 살피며 ‘바람 불고 비 내리는 마음을 살아가듯’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서로 다독이면서 살아가야 한다.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