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55)]아래쪽에 뚫린 입 하나, 한입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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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55)]아래쪽에 뚫린 입 하나, 한입버섯
  • 경상일보
  • 승인 202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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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봄꽃이 만발하고 신록이 완연한 이맘때 소나무 길을 걷다 보면 솔향 사이로 간혹 한약 냄새 혹은 말린 생선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럴 때 주변을 살펴보면 죽은 소나무가 있고 소나무에는 밤톨처럼 생긴 버섯이 달려 있는데, 이것이 바로 한입버섯이다. 보통 딱정벌레 일종인 나무좀이 소나무 줄기를 갉아 먹느라 낸 작은 구멍 자리에 많이 난다.

이 버섯은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니스같은 광택이 있는 밤톨 모양으로 단면을 보면 아래쪽은 속이 비어 있다. 버섯이 생기고 나서 나중에 아랫면에 만들어진 구멍 속으로 벌레가 드나들 뿐 아니라 포자도 방출되기 때문에 ‘한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따라서 한입이라는 이름은 한입 크기의 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입이 하나인’ 버섯이라는 뜻이 된다. 한입버섯은 히토구치타케(一口茸)라는 이름도 재미있어 일본균류학회에서 선정한 일본 균류 백선 중 25번째 버섯으로 등재되어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자료에는 ‘한입 크기’라서 한입버섯이라고 하며 호흡기, 혈액순환, 염증 등 각종 약효가 나열되어 있다. 그러나 이 약효는 논문 몇 편에 나타난 결과를 그대로 믿고 바로 임상에 적용하거나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성급함이 있다. 약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고 약효와 용법, 용량,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본 등 외국 자료에는 식용부적합 버섯으로 취급하고 있다.

▲ 천마산 편백산림욕장에 돋아난 한입버섯.
▲ 천마산 편백산림욕장에 돋아난 한입버섯.

그리고 한입버섯의 아래쪽의 빈 공간은 다양한 벌레가 서식하는 곳이다. 검정가시거저리나 솔수염하늘소 유충의 서식처로 이용되는 사실이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한입버섯은 냄새를 풍겨 유인한 곤충들에게 서식처/피난처를 제공하고 성장한 곤충의 몸에 자신의 포자를 묻혀 포자를 퍼뜨리는 생존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곤충들이 모이므로 곤충 관찰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버섯으로도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한입버섯의 과장되고 성급한 약효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소나무재선충 등 해충을 구제해야 하는 관계자 그리고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새로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흥미로운 버섯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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