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확보해도 ‘과실 손괴’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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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확보해도 ‘과실 손괴’ 처벌 못해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04.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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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께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상가 앞에 주차돼 있던 차량 뒷 펜더 부분이 깊게 찌그러진 채로 발견됐다.
울산 남구 삼산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50) 씨는 최근 자신의 가게 앞에 주차한 자신의 승용차 펜더 부분이 깊게 찌그러진 것을 발견했다. 김씨는 즉시 가게 CCTV를 확보해 내용을 확인한 결과, 밤 새 두 명의 취객이 싸움을 하다 차량에 부딪혀 차량이 손상된 장면을 확인했다.

이후 김씨는 해당 자료를 가지고 곧바로 관할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답은 “사건 접수 자체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경찰 측은 “형법상 과실에 의한 재물손괴는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영상이 있다고 해도 형사 입건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재물손괴는 ‘고의범’에 한해 처벌할 수 있다. ‘과실에 의한 재물손괴’는 형사처벌은 물론 수사도 불가능한 구조다. 차량을 실수로 파손했더라도 고의성이 없다면 형법 제366조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김씨는 결국 자비로 차량 수리비를 부담해야 했다. 김씨는 “보험으로 비용을 처리하긴 했지만 아무 잘못 없이 수리비를 모두 떠안게 돼 억울하다.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현실에 허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위 사례와 같은 ‘과실 손괴’ 사건은 많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피해다. 그러나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영상과 물적 증거가 있음에도 실질적인 구제책이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유일한 구제 수단이지만 시간과 비용이 들고 인적 사항 파악이 쉽지 않아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과실에 의한 재물손괴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할 경우 경찰 인력이나 수사 역량 면에서 부담이 매우 크다”며 “반대로 억울하게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그나마 가능한 대응은 사건 직후 즉각 112에 신고해 현장을 경찰이 직접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건 초기에 경찰이 관여해 실질적인 증거 확보와 현장 진술 등을 기록해야 수사로 이어질 여지가 생긴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차량 파손을 발견했을 경우 직접 증거를 모으거나 고의성을 판단하는 것보단 현장에서 곧바로 112에 신고해 출동 경찰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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