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민의 불역유행(不易流行)(23)]베트남과 울산이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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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민의 불역유행(不易流行)(23)]베트남과 울산이 뜨거워지고 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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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민 울산대 교수 전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4월 말 베트남을 일주일 다녀왔다. 5개월 동안 벌써 세 번째다. 35년 외교관 생활 동안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국가였음에도 여의치 못했는데 말이다. 울산과학대학교 국제교류 심의위원장 자격으로(글로컬 30 프로젝트 베트남 편) 대표단 일행으로 참여했는데, 동 대학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래 비전을 체험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2011년 울산과학대학교는 세계적 휴양도시인 나트랑 인근에 위치한 ‘현대 베트남 조선소’와의 산업체 주문식 인재양성 교육협약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사우디 등 다양한 국가에 맞춤식 직업교육을 수출해 왔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국내 전문대로는 최초로 글로벌캠퍼스를 운영했던 경험도 있다.

교육부 주관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에 선정돼 꽝응아이성에 위치한 융껏 기술전문대학교의 요청으로 기존의 용접기술센터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사업계획도 가지고 있다. 최근 코이카 산하 국제개발협력센터도 유치했다. 아울러 2024년 예비심사를 통과해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글로컬대학30’ 최종 선발을 앞두고 연암공대와 연합해 부울경 소속 7개 폴리텍대학 등 파트너 대학들과 함께 ‘Go Global’ 기치를 드높이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제1의 관광지인데, 그 숫자가 매년 5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노이, 호이안, 호찌민, 다낭, 나트랑, 푸꾸옥 등 관광명소에는 연일 한국 사람들로 붐비고 있고 한국어 간판은 일상이며 쌀국수 전문 음식점에서도 한국 메뉴판을 볼 수 있다. 양국의 주요 도시들을 오가는 직항편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뜨고 내린다.

▲ HD 베트남 조선소와 울산과학대간의 ‘글로컬30’ 협약식.
▲ HD 베트남 조선소와 울산과학대간의 ‘글로컬30’ 협약식.
▲ 다낭대학교에서 열린 베트남-울산 5개 기관간 글로벌 창업 생태시스템 협약식.
▲ 다낭대학교에서 열린 베트남-울산 5개 기관간 글로벌 창업 생태시스템 협약식.

25여년 전 브루나이 근무를 통해 ASEAN과 인연을 맺은 후, 대통령 외교정책비서관 및 신남방추진단장을 겸임할 당시 맡았던 한-ASEAN 10개국 부산 특별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ASEAN 국가들의 진면목을 진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외교관들은 ASEAN 국가 근무를 대체로 희망하는데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과 가까우면서 물가가 싸고 한국인들에게 우호적인 근무 환경은 장점이다. 더욱이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많아 일한 만큼 성과도 낼 수 있어 성취감 이루기에 이만한 곳이 따로 없다. 개인적으로는 오십견 증상을 태국 마사지로 치료했던 좋은 기억이 있어 ASEAN 국가 출장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고 은근히 기대하기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껏 대부분 나라를 다녀보았고, 이제 캄보디아만 남겨 두고 있다.

이번 4박5일은 출장 동선이나 업무 강도면에서 외교부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서도 못지않을 만큼 분망했다. 주요 일정을 소개하자면 하노이 백과대학(Hanoi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방문 및 글로벌 창업협력 MOU 체결, 현지 스타트업 지원단체인 ‘베트남혁신허브센터’와 업무협력 MOU 체결, 주하노이 대한민국 대사관 방문 및 최영삼 대사와 업무 오찬, 다낭 소재 베트남-한국 대학교(VKU) 방문 및 다낭 백과대학과 창업협력 MOU 체결, 융껏 기술전문대학 방문 및 ODA 기술협력 MOU 체결, 두산 에너빌리티 방문, 나트랑 대학교 방문 및 글로벌 창업협력 MOU 체결, 현대 베트남조선소 방문 및 글로컬30 공동협력 MOU 체결식 등을 가졌다.

행사마다 베트남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따뜻했고 성심성의껏 맞아주었다. 울산과학대학교에서 수강하는 400여명 학생 중 절반이 베트남 출신이라는 사실을 듣고는 반가워했다.

1975년 월남전 승리와 그 결과로 얻은 통일 50주년을 앞두고 이를 기념하는 붉은 색 깃발들이 베트남 전역 곳곳에 나부끼고 있다. 한반도로 치면 개성쯤 되는 베트남 중간에 자리 잡은 다낭 주변 지역은 1965년 3월부터 1973년 3월까지 8년 동안 청룡, 맹호, 백마 부대 등 어렸을 적 한 번쯤은 들어보았던 대한민국 최고의 부대들이 진주해 자유민주주의 월남을 수호하기 위해 공산주의 월맹군과 맞서 싸운 피와 땀이 얼룩진 곳이다. 월남전은 연인원 30여만명의 우리 군인들이 참전했고 5000명이 넘는 전쟁 사망자를 남길 정도로 치열했던 냉전시대 최대 규모의 양대 진영 간 대리전이었다.

그런 만큼 베트남인들에게 ‘가해자 한국’이라는 나쁜 감정이 자리 잡을 수 있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되기도 했는데, 우리 대사관 직원들은 괜찮다며, 베트남인들은 “미국의 참전 요구에 한국이 어쩔 수 없지 않았겠냐”면서 베트남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한국을 진정으로 고마워한다고 했다.

현재 양국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최고 수준의 경협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베트남의 3대 무역국이자 제1의 투자국으로 전체 경제의 25%를 책임지고 있고, 향후 원자력발전소와 고속철 건설사업 진출 가능성도 유망하다고 한다. 우리 대사관 고위관계자는 노령화와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외국인의 유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확신하며 개방이 필요하다면 근면하고 착하면서 친한(親韓) 감정도 가진 베트남의 젊은 인재들을 하루빨리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울산과학대학과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함께 추진 중인 해외 우수청년 유치 및 창업 생태계 구축 프로그램인 ‘VKSEE’를 높이 평가했다. ‘유학-창업-정착’ 전체 과정을 지원하는 울산형 스타트업 육성사업인데 향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네팔 등에서 최대 650여명의 인재를 유치해 울과대와 창조센터 관할의 ‘글로벌창업이민센터’에서 2년간 수학한 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분야 스타트업을 울산에서 창업 및 정착할 수 있도록 기술창업 비자를 2년간 추가 발급해 줄 예정이다. 때 이른 여름 날씨에 울산에서 부는 베트남 바람마저 뜨겁다.

박철민 울산대 교수 전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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