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노인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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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노인이 온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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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비교적 젊은 도시로 인식되던 울산 역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17.7%에 이른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2027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2031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25%, 2036년에는 30%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는 도시정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그 핵심에는 주거정책이 있다. 노인의 주거는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서 삶의 질과 생활의 영위를 지탱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노인 주거정책은 주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고급 실버타운이나, 복지 중심의 요양시설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노인 인구 자체가 전체 인구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됨에 따라, 보다 다양한 형태의 주거지원 모델이 필요하다. 특히 노인들은 주택이라는 공간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지원서비스가 함께 제공되어야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소득이 감소한 노인의 경우 자산 유동화에도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경제적·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주택 유형의 개발이 절실하다.

현재의 노인 구분은 단순히 65세 연령을 기준으로 하였으나, 노인계층도 여러 여건에 따라 다양한 수요가 나타나므로 보다 세분화한 구분과 세밀한 정책도출이 필요하다. 독립적 생활이 가능한 세대, 일정부분 경제활동 및 사회활동이 가능한 세대, 필수생활 뿐 아니라 여가, 봉사, 자기계발 활동이 가능한 세대, 주거공간내에서 일상돌봄 수준이 필요한 세대, 의료 및 복지기관의 돌봄이 필요한 세대 등 건강상황, 경제적 여건, 가족구성, 라이프스타일 등에 따라 정주공간의 다양한 수요로 나타난다. 그동안 정책대상이었던 고자산 노인계층이나 저소득 노인계층 뿐 아니라 전체 노인계층의 세부특성에 따른 맞춤형의 노인정주시설의 공급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의 노인복지주택 또는 고령자 임대주택과 다른, 식사·의료 등 고령자 특화 주거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신유형 고령자 민간임대주택인 ‘실버스테이’를 도입하고 시범사업을 시행중에 있다.

한편, 울산지역에서는 그동안 도심외곽 자연환경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원주택 형태의 주택개발이 이루어졌다. 이는 도시화한 환경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려는 수요가 반영된 주거형태였으나, 의료시설, 상업시설, 문화시설 등 정주기반시설이 부족한 입지는 생활불편으로 이어지고, 나이가 더 많아지는 후기 고령자가 되면서 더 많은 서비스가 필요함에 따라 주거입지의 수요가 변화하게 되었다. 따라서 정주기반시설이 편리하고 돌봄, 의료, 여가, 사회교류 등 활동지원에서 응급안전, 건강관리, 식사서비스 등 필수적 생활지원서비스가 함께 고려된 정주시설이 필요하다.

특히 노인은 익숙한 환경인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려는 욕구가 크므로, 생활권 내 다양한 주택의 선택지가 보장돼야 한다. 더불어 돌봄이 필요한 경우 기존의 주택에서 불편없이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주택내부시설을 고령자 신체에 맞게 리모델링을 지원하거나, 정주공간 내에서의 돌돔이 이루어질 수 있는 커뮤니티 돌봄 서비스 체계가 함께 필요하다.

향후에는 노인 1인가구 및 노인 부부가구 등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노인 단독가구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 사회에서는 가정 내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던 돌봄이 커뮤니티 차원의 사회서비스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향후 주거정책에 있어 노인계층의 정주환경 구축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울산의 고령자 특성과 수요를 반영하여 적정 주거비의 주택을 공급하고, 정주지원 서비스를 연령과 상황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존 복지·문화·교육시설을 통합한 주거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돌봄 기능을 연계한다면, 노인 각자의 여건에 맞는 정주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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