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계 오영수(1909~1979) 선생이 일상의 이야기 등을 담아 가족과 문인에게 보낸 편지를 지난 2023년 5월 본보에 사후 44년 만에 첫 공개(본보 2023년 5월1일자 1면)한 박종석 문학평론가가 이번에는 오영수 선생이 울산 웅촌면, 서울 우이동 등에서 직접 쓴 사신(私信) 기록물의 내용을 분석한 내용을 공개했다.
본보는 공개된 난계의 사신을 통해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박종석(사진) 문학평론가는 크게 △오영수 문학의 접근 방향 △‘오영수 사신 기록물’의 내용 분석 △오영수의 주변과 위치 세 가지로 분석 자료를 정리했다. 이 가운데 ‘오영수 사신 기록물’은 (1)우이동의 사신 기록물 5통, (2)전주의 우편 엽서 1통, (3)울주군 웅촌 사신 기록물 2통, (4)기타 사신 기록물 3통, (5)백철이 보낸 사신 기록물 1통 등으로 분류했다.
우선 난계가 건강 악화로 1977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울산 울주군 웅촌면 곡천리로 이사하고 나서 쓴 사신 기록물 두 통이 있다. 이 사신은 1통당 총 3장으로 돼 있다.
이 중 첫 번째 편은 난계가 12년 동안 머물렀던 서울 ‘현대문학’을 떠난 후 조연현에게 보낸 사신이다. 조연현(1920~1981)은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활동한 문학평론가이자 보수문단 최고의 권력자로 한국문단의 길목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난계는 사신에서 “積阻(적조)해서 올립니다. 오늘 아침 첫 얼음이 얼었기에 형의 健康(건강)이 궁금해서 펜을 들었읍니다…ㅇㅇㅇㅇ에서 부쳐 보내신 ‘문학개론’ 고맙습니다. 교재로도 좋습니다. ‘한국작가론’이 나온다는데, 언제쯤 보게 될런지요?”라고 적었다.
박 평론가는 “문학개론은 1973년 9월10일에 초판이 나왔고, 이후 개고(改槁) 문학개론이 나온 것은 1977년 3월30일이다. 오영수 선생이 1977년에 3월 중순에 낙향해 웅촌 곡천리에 터를 잡았고, 첫 인사말에 ‘첫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보아 이 사신은 1977년 10월 이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신은 수신자 조연현의 문학 이론서 집필 활동, 문단 활동에 대한 오영수의 관심을 보여주는 사신이다. 조연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담은 것으로 보아, 오영수는 인간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성격의 소유자로 보인다”며 “또 조연현보다 11살이 많은 오영수이지만 조연현에 대한 존중감이 배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현대문학’의 직책상 서열 의식도 작용했으리라는 것도 배제할 수 없으나, 조연현에 대한 오영수의 인간적인 마음이 배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편에서 난계는 “白, 趙, 事件은…법을 무시해가며 살 수 없을 知性人들이 법적 ㅇㅇ되니…알 수 없군요…ㅇ와 달리 시골이 떨어져 있고 보니 적막할 때가 많읍니다.”라고 적었다.
박 평론가는 “이 사신에서는 서울에서의 문단 활동과 시골인 웅촌에서의 생활을 비교해 정신적인 여유와 마음의 고요함을 주나, 도심과의 연락이 두절되니 그 적막한 표현도 자연스럽게 드러낸 것”이라며 “낙향 후 오영수는 ‘잃어버린 도원’을 출간하게 된다. 이 작품과 사신과의 관계를 통해 그의 창작 심리가 투영됐는지도 연구하는 것도 사신 연구의 방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