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각 가정에 종이 선거공보물이 배달됐다.
후보자의 공약, 이력, 정책 방향 등이 담긴 이 인쇄물은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찾은 울산대학교 인근 원룸. 분리수거장에는 제21대 대통령 선거공보물이 뜯은 흔적조차 없이 통째로 버려져 있었다. 몇몇 우편함에는 배송된 지 며칠이 지난 공보물들이 그대로 꽂혀 있었다.
인근에 사는 대학생 A씨는 “공약은 인터넷으로 정리된 내용을 이미 다 확인했기 때문에 받자마자 버렸다”며 “모바일 신분증까지 나오는 시대에 종이 선거공보물은 낭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종이 공보물은 주로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정작 일부 노인들은 공보물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중구 교동에 사는 김윤년(74)씨는 “노인들도 TV로 공약을 확인한다. 눈이 침침해 활자는 잘 보지 않는다”며 “누구를 찍을지 이미 정해둔 상태라 다른 사람들 것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선에서 발송된 책자형 공보물은 약 2400만부다. 전단형 공보물까지 포함하면 약 4700만부에 달한다.
공보물은 환경 부담과 더불어 제작·배포·폐기까지 모두 세금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행정 낭비 문제로도 연결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선택적 디지털 공보물 및 종이 선거공보물 발송 제도의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전자식 선거공보물을 도입하자는 취지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발송 시기 차이로 인한 형평성 문제와 개인정보 제공 문제 등으로 인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환경 부담 및 행정력 낭비 등 문제성은 공감하지만 노인 외 디지털 취약계층도 고려해야 하고, 인터넷보다 종이 공보물이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종이 공보물의 필요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청자에 한해 디지털 공보물을 발송하는 등 방안을 모색해 제도적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