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선사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지난 1965년 들어선 댐으로 인해 해마다 물에 잠기고 노출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훼손이 우려됐던 만큼, 향후 보존 관리·대책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울산시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에 대해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세계유산 분야 자문·심사기구인 이코모스는 각국이 신청한 유산을 조사한 뒤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선택해 세계유산센터에 전달한다.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한다.
이코모스는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희소한 주제인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그림은 선사인들의 창의성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의 발전을 집약해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함한다.
암각화는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 즉 바위그림을 뜻한다. 두 암각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형상이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1971년 발견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흔히 ‘반구대 암각화’로 불린다. 태화강 상류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에 있으며 높이 약 4.5m, 너비 8m 면적의 바위 면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그림 등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울산시 반구천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이 3D 스캔 도면, 실측 자료 등을 분석해 2023년 펴낸 도면 자료집에 따르면 총 312점의 그림이 확인된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고래 무리의 움직임을 관찰한 듯 섬세하게 새긴 그림에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이 포함돼 세계 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서 약 2㎞ 떨어져 있다. 반구대 암각화 발견 1년 전인 1970년에 먼저 존재가 알려졌으며 높이 약 2.7m, 너비 9.8m 바위 면을 따라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우리의 우수한 유산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되는 그 순간까지 국가유산청 등 관계부서와 협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반구천의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이 권고를 바탕으로 오는 7월6일부터 7월16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등재에 성공하면 17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