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기후위기, 예보 넘어 ‘대응’ 기상정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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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날씨이야기]기후위기, 예보 넘어 ‘대응’ 기상정책을
  • 경상일보
  • 승인 2025.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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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올 여름은 평년보다 더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이 발표한 여름철 기상전망에 따르면 6~8월 평균기온은 평년을 웃돌 확률이 높다. 다수의 기후예측모델들은 6월 58%, 7월 64%, 8월 71%의 확률로 고온을 예측하고 있다. 이미 5월 말 초여름 더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열대야와 폭염이 조기에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단순한 더위의 강도가 아니라, 기후변동성의 확대와 예측의 불확실성이다. 지난해 서울은 34일 연속 열대야라는 기록적인 더위를 겪었다. 올해도 해수면 온도 상승과 고기압의 세력 강화, 남풍의 지속 등 기후 시스템이 유사하게 작동하고 있다. 태풍의 발생 가능성은 평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곧 고온 건조한 고기압 영향권에 장시간 머물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태풍이 오지 않으면 더위는 지속되고,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명은 더욱 위협받게 된다.

강수 역시 예측을 벗어난 흐름을 보인다. 장마철 수준의 집중호우가 5월 중 수도권에 내리면서 기상청은 올해 첫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경기 남양주에는 하루 130㎜의 비가 쏟아졌고, 시간당 강수량은 70㎜를 넘었다. 이는 기상청의 기존 예보 범위를 크게 벗어난 수치이다. 특히 소규모 저기압, 국지성 대류발달, 대기불안정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중첩되며 기상 현상의 국지화·단기화가 심화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과거의 예보 정확도 중심 시스템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국민들은 기상청을 ‘중계청’이라며 실망을 드러내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기상예보의 본질은 확률과 과학 기반의 추정이며, 변화된 기후체계 안에서는 그 오차마저 급격히 확대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예보의 정밀도’만이 아니라 ‘실시간 대응의 시스템’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1시간 50㎜ 이상, 3시간 90㎜ 이상, 혹은 1시간 72㎜ 이상의 강수 시 기상청이 즉각적으로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2024년부터는 수도권, 경북, 전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 올해는 전국으로 확대 적용했다. 예보로 대응하지 못하는 영역을 경보와 실시간 알림 체계로 보완하려는 정책적 시도이다.

더 나아가야 한다. 기후재난의 주기는 짧아졌고 강도는 높아졌다. 행정의 경계는 느리고, 시민의 일상은 훨씬 빠르게 노출된다. 따라서 기상청을 중심으로 한 재난정보 통합 시스템 구축, 신속 대응 매뉴얼 고도화, 모바일 앱 기반의 실시간 알림 확대, 그리고 취약계층 중심의 선제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교통방송, 재난방송, 지역 라디오 등 공공 정보 전달 채널은 재난 시점에서 ‘실시간 기상정보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은 정보 접근성과 직결되며, 과잉정보보다 적시성 있고 행동 지침이 담긴 경보체계가 더 절실하다. 기후는 이미 변했다. 날씨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기상정책도 더 이상 ‘미래를 맞추는 예측’에 머물러선 안 된다. 그것이 곧 시민의 안전이고, 기후위기 시대의 정책역량이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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