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첫날, 전국 평균 투표율은 19.58%를 기록했다. 평일에만 이틀간 진행되는 관계로 직장인의 참여율이 낮을 것이란 우려에도 사전투표가 전국단위 선거에 적용된 지난 2014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첫날 투표율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34.96%로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울산 17.86%, 부산 17.21%, 대구 13.42% 등 영남권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지역별 편차를 보였다.
이번 조기대선은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상황에서 비롯된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다. 실제로 지난 20~25일 전 세계 118개국 223개 재외투표소에서 실시한 재외국민투표도 역대 최고인 79.5%를 기록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들 역시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울산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일부 투표소에 대기 행렬이 이어져 첫날 기준 사전투표율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대선 분위기는 가라앉았다는 평가다. 그 이면엔 이번 선거의 변수로 점쳐졌던 후보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선거 판세가 이미 기울었다고 보는 유권자들의 회의감이 자리잡고 있다. “어차피 결과는 뻔하다” “누가 되든 다를 게 없다”는 말이 적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럴수록 투표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고 외면하는 순간, 정치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찍을 사람이 없다’며 기권하는 선택은 결코 우리 삶을 바꾸지 못한다. 내가 선택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 선택하고, 그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울산의 70대 한 유권자는 “교대근무로 대선 당일 출근해야 해서 미리 왔다. 중요한 일을 해치운 기분이다”며 이른 아침 한 표를 행사한 소감을 남겼다. 그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의무감 있는 참여’가 필요하다.
선거에서 투표는 완벽한 후보를 찾는 일이 아니다. 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사람을 고르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를 변화시켜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기회이자 책임이다. 이 중요한 선택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6월3일 대선 당일 일정이 여의치 않은 유권자들은 오늘 사전투표 마지막 날,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해 주길 바란다.
정치는 우리가 참여할 때만 바뀐다. 그 변화의 시작은 바로 우리의 손끝,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