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찾은 울주군 청량읍 용암리 산 182-9 배 농가. 모자, 마스크, 긴팔, 토시 등으로 중무장하고 조끼 형태의 앞치마에 배 봉지를 끼운 농작업자들이 음악을 들으며 한창 배 봉지를 씌우고 있었다. 이날 농협 인력중개센터에서 6명의 농작업자가 지원을 나왔는데, 20년 이상의 경력자답게 빠른 속도로 작업을 이어갔다.
점심을 먹고 오후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많이 올 경우 작업을 할 수 없어 배 농가들은 비 소식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배 농가들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 배 봉지 씌우기를 끝내기 위해 주말도 없이 일을 하고 있다.
시간이 한정된 가운데 인력을 필요로 하는 배 농가는 많고 농작업자는 부족하다 보니 인력중개센터는 농가당 평균 2일 지원이 고작이다.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하다. 농협에는 인력을 지원해달라는 배 농가들의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배 농가는 적과 작업이 진행되는 5월과 배 봉지를 씌우는 6월, 수확기인 9월 중순~10월 초에 일손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한다.
이원제(58) 울산원예농협 조합원(이사)은 “일당을 많이 준다고 해도 경력직들이 잘 오려 하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일당이 8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0만원이 넘는다. 그래도 과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돈을 많이 줘서라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울산의 배 농가는 1019곳이다. 이 가운데 농협 소속 배 농가는 300여곳이다. 농협 인력중개센터에는 4개조 36명의 농작업자가 있다.
그나마도 농작업자 대부분은 60~70대로 고령화돼 있다. 실제로 5조 농작업자 6명 중 신참인 50대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70대 이상이다. 배 농가 일이 땡볕에서 하루종일 고개를 들고 하는 작업이다 보니 기피해 배 농가와 농협의 고충이 크다.
농작업자 A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내일은 안 와야지, 내년에는 안 와야지 다짐하지만 또 와서 일을 하고 있다”며 “계속 고개를 들고 일해야 해 어깨, 팔 등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울산원예농협 관계자는 “농촌 일손 부족 문제 완화 및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 올해 8000만원을 투입해 인력중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농작업자 부족 등의 문제로 매년 신청 농가의 60% 정도만 인력이 투입되고 있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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