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소중한 권리인 투표권을 행사한 시민들이 나들이를 떠나면서 도심 곳곳에 활기가 넘쳤다. 대선 당일인만큼 선거와 관련된 이야기가 자주 들렸다.
3일 찾은 남구 무거동 제1투표소 무거동행정복지센터 1층 민원실. 아직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이 유모차나 의자에 앉아 투표하는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는 아이에게 투표를 마치면 놀러가자며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등산복을 입은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투표를 마친 등산객 일행은 곧바로 등산을 하러 갔다.
잠시 뒤 찾은 중구 태화강국가정원은 이미 투표를 마친 시민들로 활기가 가득했다. 양산, 선글라스, 모자,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은 산책을 하며 오랜만의 여유를 만끽했다.
잠자리채로 나비를 잡으려는 아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아빠와 헤드셋을 끼고 러닝하는 시민,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온 음식을 먹거나 꽃 앞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도 보였다.
시민 A씨는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고향 친구와 산책하러 왔다”며 “아내가 밖에서 점심을 먹고 오라고 해서 근처 식당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태화강국가정원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중구 거주 노인 부부는 “일찌감치 투표를 했다”며 “쉬는 날이라 오랜만에 친구들과 놀기로 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곳곳에서 펼쳐진 수다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니 시민들의 이야기 주제는 단연 대선이었다. 한 시민이 태화강국가정원 매점 업주에게 투표를 했냐고 묻자 업주는 바빠서 아직 못했다며 퇴근하고 투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누구를 뽑아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시민은 나라를 잘 이끌어갈 사람을 찍으라며 국민의 권리인 투표권을 꼭 행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복교차로에서 태화강국가정원으로 가는 버스에서도 대선 이야기가 오갔다. 한 시민이 버스기사에게 투표를 했냐고 물어보니 버스기사는 아직 못했다고 답했다. 이후 시민과 버스기사는 누가 좋은 대통령감인지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오후에 들른 울산대공원은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하고 인근 가게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에는 긴줄이 이어졌다. 휠체어를 타고 나들이 나온 할아버지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시민도 보였다.
이번 주말 제4회 장생포 수국 페스티벌이 열리는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라벤더 뜰과 수국정원은 절정인 라벤더와 수국을 보러 온 나들이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수시(83·남구)씨는 “오전에 투표를 하고 왔다.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 없이 투표를 했다. 아직 직장생활을 하는데 쉬는 날이라 아내와 산책하러 나왔다”며 “이번 대통령은 제발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나라도 안정적으로 이끌었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