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찾은 중구 병영동 어련당 내 산전샘.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어련당의 고즈넉한 마당 한편 작은 정원처럼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산전샘의 물은 흐르지 않고 오랫동안 고여있었는 듯 곳곳에 이끼가 끼고 주변엔 날파리가 가득했다.
산전샘은 400여년 전 자연수가 솟아올라 만들어진 샘으로, 조선시대 병영성 병사들과 성 안팎 주민들의 식수와 생활 용수로 쓰인 유서 깊은 수원이다.
지난 1967년 샘 인근에 산전양수장이 들어서면서 수원이 고갈돼 방치되다가 2002년 지하수를 끌어와 복원했지만, 사실상 원래 기능을 잃은 상태다.
이에 김도운 중구의원은 지난달 16일 열린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산전샘 일대를 활용해 족욕장을 조성하자는 의견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과거 산전샘은 24시간 365일 물이 계속 흘렀지만 지금은 지하수를 돌리지 않으면 물이 흐르지 않는다”며 “지하수를 활용한 물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사람들이 발을 담글 수 있도록 하면 물 낭비를 줄이고, 어련당을 찾는 관광객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중구 관련 부서는 해당 제안이 단순한 시설 조성을 넘어 지역 자원의 역사성과 공공성을 살리는 동시에 관광 활성화와 주민 복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해 즉각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중구는 다음 주 중으로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방문해 족욕장으로서의 물리적 가능성과 안전성, 소요 예산, 시설 배치 등을 다각도로 점검할 계획이다.
산전샘이 족욕장으로 조성될 경우 인근의 병영성 둘레길 및 맨발산책로와의 연계가 가능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인근 주민들이 더위를 식히거나 어련당에 숙박하는 관광객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구 관계자는 “의회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산책로, 역사 문화 공간, 주민 쉼터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나가고자 한다”며 “추후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산전샘의 새로운 활용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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