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해수욕장 ‘해조류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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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해수욕장 ‘해조류와 전쟁’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06.0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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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 명의 작업자들이 4일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 도구를 들고 직접 모래 위에 흩어진 해조류를 긁어모으고 있다.
울산 시민이 즐겨찾는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 사계절 내내 ‘청소 전쟁’이 반복되고 있다.

4일 일산해수욕장 해변 곳곳에서는 빨간 조끼를 입은 수십 명의 작업자들이 도구를 들고 모래 위에 흩어진 해조류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발밑에는 해조류가 한 무더기 쌓여 있고 작업자들은 그 위를 반복해서 긁으며 모래에 뒤섞인 조류를 걷어냈다. 해조류가 엉킨 부산물에는 이미 파리가 꼬이고 악취가 났다. 한 작업자는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해조류가 올라온다. 꼭 말려서 치워야만 하는데, 많을 때는 치우고 돌아서면 또다시 쌓여 손이 참 많이 간다”고 말했다.

일산해수욕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건강과 힐링을 중시하는 시류 속에 자연 친화적 관광지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해저 암반이 많고 만(灣) 형태의 지형 탓에 해조류가 자라기에 적합하다. 이에 근해에서 계절마다 다양한 해조류가 자라고 이들이 날씨 변화에 따라 떠밀려와 정체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동구에 따르면 일산해변에서 연간 수거되는 해조류 및 부산물의 양은 약 500t에 달한다. 봄철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괭생이모자반’부터 여름철이 되면 ‘파래’ ‘곰피’ 등이 해변으로 밀려든다. 파도와 바람이 강한 날이면 뿌리째 뽑혀 육지로 밀려오는데 지형상 퇴적되기 쉬운 일산해수욕장 해변에 고스란히 쌓인다.

이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3월부터 5월 사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괭생이모자반’이다. 괭생이모자반은 겨울철 근해에서 자라나면서 2월 무렵 성체로 성장하고 이후 뿌리가 약해지면서 바람이나 파도에 쉽게 떨어져 해변에 쌓인다. 문제는 부패 속도가 빨라 하루만 방치해도 악취와 벌레가 생긴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기온 상승으로 이들이 해안가를 덮치는 시기가 길어지고 있고 최근 2~3년 사이 맨발 걷기 인파가 급증하면서 관련 민원도 더욱 자주 제기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부 주민이나 어민들의 문제였지만 맨발 걷기 문화가 보편화되며 하루이틀 정도만 정비가 안 돼도 즉각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며 “지속적으로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미 근해에서 서식 중인 모자반을 모두 제거하긴 어려워 근본적인 해결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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