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찾은 중구 성남동. 문화의 거리에서 고복수음악관으로 가기 위해 ‘똑딱길’로 들어서자 습기와 악취가 풍겨왔다. 좁고 한산한 골목길이다보니 낮인데도 어두운 기운이 감돌았다.
‘고복수길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 아래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시멘트 바닥 또한 곳곳이 갈라져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똑딱길 끝에는 울산 출신 대중가요 선구자 고복수의 이름을 딴 ‘고복수음악관’이 위치해있지만 그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좀처럼 닿지 않았다.
일대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드물었고, 간간이 지나는 차량과 오토바이만이 정적을 갈랐다. 음악관 출입문은 활짝 열려 있었지만 관람객은 보이지 않았다.
음악관 안에는 개화기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소품들이 전시돼있었지만 그의 유품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안영호 중구의원은 지난달 16일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고복수음악관은 하루 방문객이 ‘0명’인 날도 있다”며 “전기료와 인건비만 들어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나을 정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중구에 따르면 고복수음악관은 지난해 기준 연간 1만913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된다. 하루 평균 30명 남짓한 인원이 찾고 있다.
고복수의 실제 생가가 아닌 장소에 조성된 데다 유품도 거의 전시돼 있지 않아 상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 의원은 “기념관이 정체성을 갖추려면 생가 자리에 위치해야 한다. 병영이 역사·문화·관광지로 거듭나려면 음악관 이전이 그 시작이 돼야 한다”며 중장기 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구는 현실적인 제약을 이유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복수 선생의 출생지로 추정되는 중구 서동 286 일원에 이미 빌라가 들어 서 있어 부지 매입에 어려움이 있고, 생가 복원이나 기념관 이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구 관계자는 “향후 병영 내 역사·문화·관광 기반이 충분히 조성된 뒤 음악관 이전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골목길 및 바닥 등 보수가 필요한 인근 구간은 하반기 예산을 활용해 정비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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