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오름 동맹을 글로벌 산업수도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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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해오름 동맹을 글로벌 산업수도권으로
  • 경상일보
  • 승인 2025.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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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승대 울산시 행정부시장

울산·경주·포항은 한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존속하며 천년왕국이라는 별칭을 가진 신라의 수도권으로 1500년 전 서라벌은 인구 100만명에 달하는 세계 4대 도시였다.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철강과 금속제련 기술이 뛰어나 경제적으로 풍요로웠고, 문화도 번성했다. 멀리 서역의 아랍인과 페르시아인들 사이에서 ‘황금의 나라’ ‘미지의 이상향’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역사적·지리적 강점을 배경으로 이 지역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고, 대한민국 경제를 성장시켜 온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포항에서 나고 자라 경주와 울산에서 공직을 역임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더 없는 큰 자부심이다.

최근 지역 내 인재와 자본의 수도권 유출은 심화되고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울산·경주·포항은 2016년에 ‘해오름동맹’을 출범시켜 경제, 교통, 관광, 해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끈끈한 협력과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10년차에 접어든 해오름동맹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딥테크가 주도하는 경제 환경의 변화는 기존 산업의 첨단화와 고도화를 통한 산업 생태계의 재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울산·경주·포항 세 도시는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 사례를 만들어 가야 한다.

해오름 권역의 기술 선도 대학, 첨단 연구 시설, 글로벌 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대한민국 제조분야 기술창업의 핵심 허브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지·산·학·연 협력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지역 앵커기업의 자본과 기술 수요를 연결하는 ‘해오름 기술창업벨트’를 구축하면 어떨까.

포항의 철강 소재, 경주의 부품 생산, 울산의 완성품 제조로 이어지는 기존 밸류체인을 최대한 활용하고, 첨단소재·AI·친환경 에너지산업 분야로 확장해 초광역 기술창업 생태계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지역대학(UNIST, POSTECH, 울산대, 한동대, 동국대, 위덕대)의 원천 기술과 국가핵심 연구기관(한국화학연구원, 문무대왕연구소,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의 실증 지원, 그리고 글로벌 기업(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SK에너지, S­Oil, 고려아연, 포스코)의 신기술 상용화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포항 방사광가속기, 경주 양성자 가속기는 반도체, 고성능 배터리, 바이오 신약개발, 친환경·경량 도심항공(UAM), 자동차 부품 등 첨단 산업의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기능한다. 한수원의 SMR(소형모듈원자로) 또한 AI 데이터센터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에너지 핵심 기술로 신산업 분야 활용도가 기대된다.

제조 분야의 혁신적인 스타트업 육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포항 포스코의 ‘체인지업그라운드’ 처럼 글로벌 수준의 울산 스타트업 파크 조성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창업중심대학 지정, 민관이 협력한 1조원 규모의 해오름 기술창업 벤처펀드 조성도 필요하다. 이 사업들은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해오름 창업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해오름 기술창업벨트는 지방정부·대학·기업이 협력으로 이루어낸 혁신클러스터의 대표 성공 사례인 미국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esearch Triangle Park, RTP)’의 대한민국판 성공 사례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RTP는 전통 제조업 중심지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로 롤리(Raleigh), 더럼(Durham), 채플힐(Chapel Hill) 등 세 도시에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삼각형으로 연결한 연구중심 혁신클러스터다. 현재 IBM, 시스코(Cisco), 화이자(Pfizer) 등 25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하여 혁신 기술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해오름동맹은 인공지능(AI)과 제조혁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진화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룬 ‘해오름 기술창업벨트’가 함께 시너지를 내며 서로의 강점은 연결하고, 약점을 보완하며 함께 성장해 가야 한다. 지자체 협력의 모범사례가 되어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세계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기술창업 허브로 도약하자. 서라벌의 풍요로움과 번성함을 되살려 세계의 젊은 처용들이 모여드는 글로벌 창업 수도권으로 자리매김하길 희망해 본다.

안승대 울산시 행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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