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안정·실용 기조가 눈에 띄게 드러나는 지점은 인사다.
이 대통령은 첫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만 지명했다. 또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장관들이 일괄 제출한 사표는 모두 반려했다. 계엄 사태 가담 의혹 등 결정적인 문제만 없다면 전임 정부 출신들과 당분간 ‘동거 내각’을 꾸려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하는 등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추후 장관급 인사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도출할 국정 비전, 국민 추천제 실험 등을 종합해 장기적 안목을 갖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신 대통령실 실장 및 수석급 인선을 상당 부분 마무리하고 기획재정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부처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손발이 될 비서진과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경제·외교 파트의 실무 지휘자를 우선 임명함으로써 선순위 정책부터 ‘선택과 집중’식의 국정 드라이브를 건 셈이다.
또한 비서진과 차관으로는 현장 경험과 능력에 무게를 두고 실무형 인사들을 중점 배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외교 부처 차관 역시 해당 분야에서 오랜 관료 경험을 갖춘 이들을 중심으로 발탁했다.
보여주기식 깜짝 인사는 최소화하면서 이 대통령의 경제·안보 구상이 실무 차원에서 잘 구현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바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발탁하는 등 경제와 민생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 행보에도 조용히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과 순차 통화를 한 데 이어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취임 열흘여 만에 서둘러 다자 외교에 나서는 상황에는 미·중 갈등 심화와 미국발 관세전쟁 등 한국의 경제·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줄 국제 정세 요인에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밑그림을 그릴 국정기획위원회가 다음 주 출범한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이날 “국정기획위 출범·현판식을 다음 주 월요일(16일)에 한다”면서 “광화문 일대에 사무실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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