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호 칼럼]폭염과 열사병
상태바
[김양호 칼럼]폭염과 열사병
  • 경상일보
  • 승인 2025.06.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올여름도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 폭염으로 어떤 병에 걸릴 수 있는지 또 그것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알아보자.

폭염으로 인한 병은 ‘온열질환’ 또는 ‘열중증’이라고 하는데,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며 ‘열경련’ ‘열탈진’과 ‘열사병(또는 일사병)’을 포함한다. 이중 ‘열사병’이 가장 위중한 형태로, 폭염 또는 고온에 의해 갑자기 체온조절장애에 이른 것으로, 초기에는 현기증, 구역질, 구토, 두통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조금 더 진행되면 비틀거리거나 헛소리를 하고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경련을 하며, 땀이 분비되지 않으면서 체온이 39 ℃ 이상으로 상승한다. ‘열사병’은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거의 100 % 사망한다. 이렇게 폭염은 다른 직업병 유해요인과 달리 아주 짧은 시간에 근로자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해 중대재해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올해 6월1일부터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예방조치를 사업주에게 강제 의무화하고 있다.

‘폭염 주의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 33℃ 이상인 상태가, ‘폭염 경보’는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기상청에서 발령한다. ‘기온’은 여러 기상조건 중에서 ‘열사병’ 발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외에도 ‘습도’가 높거나 바람이 불지 않거나 복사열이 높으면 발생하기 쉽다. 이러한 기상조건 외에도 육체노동강도가 세면 몸에서 열이 발생해 체온을 더 높이게 되며, 의복을 두껍게 입으면 상승된 체온이 발산되지 못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 이외에도, 여러가지 개인적인 위험요인들이 열사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인 개인적 위험요인으로 고온에 순화(적응)가 돼있는지가 중요하다. 폭염이 처음 시작되는 초여름에는 미처 몸이 고온에 적응돼 있지 않아 열사병이 생기기 쉽고, 옥외에서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신규 노동자이거나 65세 이상의 고령자에서도 생기기 쉽다. 또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특정 약의 복용 여부도 영향을 미친다. 탈수 여부도 중요한 요인이므로, 땀을 많이 흘릴 수밖에 없는 폭염 아래 옥외작업에서는 탈수방지를 위해 충분한 물과 염분이 제공돼야 한다.

작업현장에서는 하루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만성질환이 있거나 전날 음주 등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자, 그 전날 열대야로 수면부족을 호소하는 자 등을 찾아내 작업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건설현장이라면, 폭염 속에서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작업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열사병의 초기증상은 갑작스러운 심한 피로감,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인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열사병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관리감독자는 폭염하의 옥외작업현장을 자주 순시하면서 작업자에게 열사병의 초기 증상이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이 때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증세가 느껴지는 작업자는 관리감독자에게 바로 알려야 하며, 만일 동료 작업자가 옆에서 그러한 증상을 호소하면 대신 관리감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작업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열사병에 걸리기 쉬운 경우가 있다. 우선, 만성적인 질환이 있는 독거노인들이다. 또 독거노인들은 여름철에 감기 설사 등으로 탈수 상태가 되면 열사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결국 열사병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지자체에서는 폭염 기간에는 독거노인들에 더욱 관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방문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빠른 조치를 취해야 열사병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지자체는 주거환경이 열악해 폭염을 피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주민들을 위해 냉방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나 민간시설을 개방하도록 협조를 구해 주민들이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젊은 사람들에게도 열사병이 생길 수 있는데, 그것은 폭염 하에 힘든 운동을 하는 경우다. 힘든 운동을 하게 되면 몸안에서도 열이 생산돼 체온을 높이므로 외부의 고열과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폭염 하에서는 자기 건강을 과신해 평소대로 힘든 운동이나 훈련 등을 하는 것을 절대 피해야 한다.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6)도시바람길숲-새이골공원
  • [정안태의 인생수업(4)]이혼숙려캠프, 관계의 민낯 비추는 거울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문성해 ‘한솥밥’
  • 양산 황산공원 해바라기 보러 오세요
  • 울산 부동산 시장 훈풍분다
  • 추억 속 ‘여름날의 할머니집’으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