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만화 과정을 운영 중인 울산 한 공립 특성화고등학교에 정식 전공교사가 없는 것을 두고 일부 학부모들이 수업 전문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학교는 산학겸임교사를 병행 투입하며 수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특성화고의 제도적 한계 탓에 난감한 상황이다.
1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애니원고교는 올해 1학급 22명 정원의 창작만화과를 운영 중이다. 학과 목표는 학생들이 폭넓은 만화의 개념과 표현기법 등을 학습함으로써 여러 장르의 만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창작만화과 전공수업을 전담할 교사가 없어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성화고인만큼 만화와 관련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활동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기존 교사 가운데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교사가 한명도 없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창작만화과 1학년 학생들의 수업이 전공교사 지도 없이 프린터물과 자율학습으로만 이뤄졌다”며 “수행평가도 당일 과제 후 수행평가라는 통보를 받는 등 실망이 크다”고 주장했다.
울산애니원고교측은 특정 전공교사의 배치는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울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만화 전공자는 많지만, 만화를 전공해도 교직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제도가 없어 만화 전공교사 채용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학교는 급한대로 산학겸임교사제도를 통해 외부 전문인력을 투입했다. 산학겸임교사는 예체능 등의 전문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특정 분야를 가르치는 교사를 말한다. 주당 7시간 전공수업 중 3시간을 산학겸임교사가 맡고, 나머지 4시간은 기존 담임교사가 소화하는 식이다.
한 교육정책 전문가는 “현장 실무를 다룰 수 있는 전공자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교사 자격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외부 전공교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최소한 교사와의 협업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이라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전문인재 양성을 위해 산학겸임교사의 수업 권한을 확대하려는 것을 놓고 교원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무시하는 정책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산학겸임교사로부터 연수를 받는 등 노력 중”이라며 “전공교사 확보 제도 마련과 대책 등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울산애니원고교는 17일 학부모와 학생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전공 수업 운영과 관련한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