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물길이 넘치기 전, 우리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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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물길이 넘치기 전, 우리가 해야 할 일
  • 경상일보
  • 승인 2025.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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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

6월 중순이 되자 ‘드디어’ 여름의 기운이 만연하다. 태화강을 따라 산책을 나서면 햇볕에 금세 땀이 맺히고, 일산 해변가에선 눅눅한 바람이 옷깃을 붙든다. 선풍기로 조금 더 버텨볼지, 에어컨을 켜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이맘때면 또 하나의 걱정이 따라온다. 바로 장마다. 장마는 꿉꿉한 날씨 속 마르지 않는 빨래와 같은 소소한 불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터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큰 재해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 전북 군산과 경북 예천 등지에서는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이 매몰되고 안타까운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최근 이 장마의 양상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며칠씩 이어지던 ‘지속형 장맛비’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짧은 시간 동안 한정된 지역에 강한 비가 집중되는 ‘단시간 집중호우형 장마’가 잦아졌다. 지난해만 해도 1시간에 100㎜ 이상의 엄청난 폭우가 무려 9곳에서 쏟아졌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며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자 국지적이고 돌발적인 집중호우가 빈번해지고, 이로 인한 산사태 등 2차 피해위험도 커졌다.

이제 장마는 예측 가능한 계절 현상이 아닌, 변화무쌍한 재난이 되었다. 흐름은 불규칙하고, 기세는 종종 예상보다 앞선다. 이처럼 변화한 장마 양상과 국지성 집중호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매년 5월15일부터 10월15일까지를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기간’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도 이 기간 동안 발전소와 주요 설비에 대한 철저한 사전점검과 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올해도 ‘인명과 재산 피해 0건, 발전 연속성 100%’를 목표로 사전대비, 상황관리, 예방·훈련, 주민지원의 네 축을 중심으로 안전망을 다지고 있다.

먼저 4월29일부터 2주간 전국의 사업소 안전담당자가 취약시설을 하나하나 살폈다. 천연가스 복합발전소 건설이 진행 중인 음성 사업소에선 굴착사면(굴착 작업 후 절개된 경사지)과 컨테이너 고정 상태를 확인했고, 무더위 쉼터도 다시 정비했다. 당진 발전소에선 옹벽의 작은 균열을 메우고 방수를 덧입혔으며, Sump Pump(빗물 오수펌프)의 가동 상태를 꼼꼼히 체크했다. 울산에서는 배수로의 낙엽과 흙더미를 치우고, 약한 지반은 보강했다. 해체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선 떨어질 위험이 있는 자재를 치우고, 안전난간과 구조물을 다시 한번 고정했다.

전국 30곳의 신재생 설비도 빠짐없이 점검하고, 폭염에 취약한 40여개 요소를 발견해 즉시 조치했다. ESS 설비는 쿨링팬 필터를 교체하고, 내부의 먼지를 제거했다. 태양광 모듈 표면을 덮은 오염물을 닦아내고, 깨진 셀을 새것으로 바꾸었다. 연료전지 발전설비 중 한 곳은 침수 위험을 미리 감지해 배수로를 정비하고, 우수관을 새로 설치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재난 발생 상황별로 작동할 수 있는 비상대응 지침과 보고 체계도 마련했다. 각 사업소는 여름철 자연재난 가상 시나리오 기반의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재난관리부터 설비운영, 신재생 건설, 공사현장까지 모든 부서가 숙지할 수 있도록 ‘풍수해 행동 가이드북’도 제작해 실전 대응력을 높였다. 상황 발생 시 각 단계별로 적절한 판단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훈련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발전소는 위기의 순간, 지역 곁에서 먼저 움직인다. 긴급재난문자(CBS)와 예·경보 시스템을 통해 발전소 인근 지역에 신속한 경보를 전달한다. 사옥은 이재민 임시 거주시설로 개방하고, 구호물자, 생필품, 의약품을 즉시 지원한다. 피해 복구에 보유 건설기계를 투입하고, 소방차는 단수 지역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데도 활용된다.

하지만 제도가 아무리 완벽해도, 결국 ‘실천하는 사람’이 마지막 안전망이다. 국민 한 명 한 명이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침수 위험 지역은 피하며, 방재도구를 챙기는 작은 실천이 위기 상황에서 피해를 막는 현실적인 힘이 된다. 지금 우리가 준비하는 작은 대응 하나하나가, 결국 내 삶과 우리 공동체의 ‘아주 보통의 하루’를 지킬 것이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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