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낮 12시30분께 찾은 성남동 일대. 한 건물 앞에 수십 명이 줄지어 서 있다. 60~8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는데, 길 한쪽을 가득 메운 인파에 인근을 지나던 보행자들은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차량은 클락션을 울리며 지나갔고, 인근 상가 주인이 입구를 막고 서 있는 노인들에게 다른 곳에서 줄을 서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몇분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노인들이 저마다 종이 상자를 들고 하나둘씩 건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는 상자를 바로 열어본 뒤 지인들과 내용물을 나누고 거리 한편에 버려놓고 가기도 했다. 이 일대는 약 3주 전부터 토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이런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매장 안에서는 가전제품, 주방용품, 화장품, 가방,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물건이 판매되고 있었다. 매장 한편에 마련된 강당 같은 공간은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나눠먹거나 대화를 나누는 사랑방처럼 이용되고 있었다.
이같은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생필품을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준다며 노인들을 유인해 저가의 물품을 고가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A씨는 “15만원짜리 흑염소진액을 3만원에 준다고 해 혹해서 샀다가 이후 화장품을 살 땐 바가지를 씌워 50만원어치를 구매했다”며 “매일 건밴댕이, 오이, 감자 등 사은품을 나눠주는데 지금까지 쓴 돈이 아까워 자꾸 방문하게 되고, 방문하면 또 다시 큰 돈을 지출하는 굴레에 빠졌다”고 말했다.
고객 중 상당수가 “며칠새 수십만원을 쓴 상황이 이상한 줄 알면서도 외로움에 자꾸 발길이 향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얻는 사회적 교류 때문에 쉽게 피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발길을 끊지 못했다.
B씨는 “친구 따라 왔다가 5일 만에 70만원가량 썼다. 필요없는 물건인 줄 알면서도 직원들이 딸·아들 같아 계속 구매하게 됐다”며 “집에 가만히 있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자꾸 오게 된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해당 매장은 방문판매업 허가를 받은 곳으로, 허위·과장광고를 한 것이 입증될 경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이 내려지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적발 및 입증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며 “7월 중으로 방문판매업 영업장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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