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37)]거짓말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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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37)]거짓말하지 않기
  • 경상일보
  • 승인 2025.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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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거짓말’의 사전적 뜻매김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으로 되어 있다. 자신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사실이 아닌 것처럼 말을 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을 말한다.

거짓말의 목적은 상대를 의도적으로 속여 자신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인간이 살면서 모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면서 살 수는 없다. 상대를 속여 자신과 상대 모두를 이롭게 하는 거짓말도 있다. 이를 ‘하얀 거짓말’이라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5세에서 11세 사이에 거짓말을 익히게 되고 그 기간에 상대와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 하얀 거짓말도 배우게 된다고 한다. 유대인 교육서인 탈무드에는 남이 물건을 산 것을 나쁘게 말하지 말고, 남의 아내를 나쁘게 말하지 않는 거짓말은 할 수 있다고 한다. 깊은 뜻이 담긴 말이다.

그런데 개인의 사사로운 거짓말도 삼가야겠지만, 나라와 국민을 이끌 지도자는 결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위정자인 공인의 거짓말은 개인 사이의 거짓말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지도자의 거짓말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고, 국민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 나라를 해롭게 하는 일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약속인 공약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국민으로서는 매우 불안하고 위험하다. 특히, 정치인은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 한 입에 두 혀를 가지지 말라’는 영국 속담을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거짓말에 대한 가르침은 동서고금을 떠나 어떤 종교든 어떤 선지자들이든 똑같이 있어왔다. 불교의 오계에도 ‘거짓말하지 말아라(不妄語)’라고 했고, 성경의 십계명에도 ‘너의 이웃에게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고 했다. 민족마다 거짓말에 대한 경계 또한 없는 민족은 없다. 그만큼 거짓말이 가지고 있는 해악이 크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링컨은 ‘모든 사람을 잠시 동안 속일 수는 있다. 몇 사람을 늘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없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거짓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그럴 듯하게 꾸미며 대중을 속이기도 한다. 이것을 궤변이라 하기도 하고 공자는 교언(巧言)이라 했다. 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궤변론자라 하면서 예부터 그런 사람을 경계해 왔다.

그리고 거짓말은 습관성이 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는 우리 속담처럼 작은 거짓말을 쉽게 하는 사람은 큰 거짓말도 쉽게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도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거짓말은 상대의 눈을 멀게 하여 판단을 흐리게 하고 상대를 업신여기는 악행이다. 특히, 대중의 눈을 멀게 하는 위정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녀나 학생에게 끊임없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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