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71)모시 고르다가-한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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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71)모시 고르다가-한분옥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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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매순간 선택의 연속

날 잎새 풋풋한 날, 더 바싹 다가앉아
무단히 난데없이 돌밭에나 엎어지고
이 떫은 풋 가을을 줍는다 여린 봄 다 보내놓고
시집 <山菊 매운향>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사람의 인연은 운명적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일생일대의 만남이란 선택을 해야될 때가 있다. 나날의 일상에서도 이럴까 저럴까 선택의 갈림길에 맞닥뜨릴 때가 수없이도 많다. 사사로운 결정을 하는 것은 남자보다는 여자의 경우가 더 많다. 집안에 필요한 물품 구입에서 부터 하물며 젊음을 다 바쳐 집을 구입할 때도 그렇다. 어쨌든 수없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는 것이 인생이다.

아무렴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함이야 말로 일생일대의 운명적 결정이다. 첫눈에 반한다든지, 자신도 모르게 끌린다든지 하면 그건 운명적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조건이 훨씬 이 사람보다는 저 사람이 좋은데 마음 가는 곳은 또 다르다든지.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결정을 하며 사는게 또한 인생이다.

인연이 숙명처럼 다가온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누구라도 제 인생에서 자신만이 자신을 책임지는 결정은 결국 배우자의 선택이다.

첫눈에 딱 보면 보이지 않는가. 시원시원한 사람의 시원한 결정이 오히려 최선일 때가 많다. 최선이 다 좋은 것만도 아니다. 때로는 차선을 선택함이 오래가고 영원할 때가 있다.

똑같은 비단 가게가 줄줄이 서 있을 때 첫 집에 성큼 들어가서 첫눈에 든 것을 쉽게 고르는 사람이 있다. 이 집 저 집 기웃대다가 들어갔다 나왔다 만져보고 비춰보고 들었다가 놓았다가 결국엔 모시 고르다가 삼베 골라 나오는 사람도 있다.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결정을 내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사람이 신사답고 숙녀답다. 조금은 포기할 줄도 알고 양보하는 사람이 끝까지 잘 산다. 언덕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결정하고 다음엔 최선을 다하면서 사는게 인생이다.

‘날 잎새 풋풋한 날, 더 바싹 다가앉아/ 무단히 난데없이 돌밭에나 엎어지고/ 이 떫은 풋 가을을 줍는다 여린 봄 다 보내놓고’

그렇다. 그 풋풋한 봄날엔 난데없는 돌밭에나 가서 엎어지다가 여린 봄, 환 한 꽃시절 다 보내놓고 떫은 풋 가을이나 줍는 그런 인생을.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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