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서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단연 프로야구다. 울산은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연고 프로야구단이 없는 도시라는 점이 늘 아쉬움으로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울산시는 짧지만 중요한 기회를 활용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창원을 연고로 둔 NC 다이노스가 사망사고 이후 안전진단, 보수 공사 등으로 홈 구장을 장기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울산문수야구장을 임시 홈 구장으로 사용한 것이다.
소극적으로 대처하던 창원시가 야구장 인근 마산 상권이 초토화되어 지역 민원이 들끓고, 울산문수구장을 대체구장으로 사용한다는 발표가 나면서, 창원NC파크를 바로 재개장하겠다고 공지한 촌극은 행정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보여준 대표 사례가 되었다.
반대로 울산시는 이 과정에서 NC 구단과의 원활한 협의를 이끌어내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기업 친화적 도시’ ‘실행력 있는 지방정부’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각인시켰다. 이는 단순한 공간 대여를 넘어, 향후 연고지 유치 경쟁에서 울산을 단숨에 유력 후보로 부상시킨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특히 김두겸 시장의 빠르고 명확한 메시지와 적극 행정은 야구계뿐 아니라 지역 주민, 기업, 정치권 모두에게 강력한 시사점을 던졌다.
이 외에도 지역화폐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중앙정부의 정책기조에 발맞춰 빠르게 울산페이의 한도를 확대하여 소비를 증진시키려는 행정, 지역 제조기업의 숙원이었던 건축 규제의 대수술 방향 수립 등은 지역 소상공인과 건설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모범 사례이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로 아직 울산 내 기업과 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차가운 상황이다.
즉각적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건설현장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한시적 행정 지원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경주시 모화, 외동에 근무하는 청년들은 울산에 거주하고 싶음에도 마땅한 기숙사나 청년임대주택이 없어 경주 외곽지역에서 원룸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들을 울산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민간청년임대주택 활성화 정책 등을 실시한다면, 미개발된 사업지도 활성화되고, 단기적으로 건설경기도 좋아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울산시에 청년 인구가 증가하고, 이들을 통해 소매경기가 활성화되는 선순환구조를 갖게 될 것이다.
청년들이 일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신사업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울산은 제조업의 도시이다. 세계적인 대기업을 기반으로 단단한 산업군을 갖추고 있지만, 인공지능의 발달, 로봇을 통한 자동화 등의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는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서 울산시는 서울에 집중된 지식산업 관련 기업들이 울산에서 젊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지자체에서 어떠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더라도 지방 이전을 꺼려하는 주된 이유는 인재 채용 때문이다. 좋은 인재들이 더 나은 주거환경, 교육환경, 여가생활을 위해 수도권을 선호하기에 지방의 기업 유치는 요원하기만 하다.
미포산업단지에 조성되는 SK-아마존 AI 데이터센터는 그간 울산의 산업구조에서 보면 새로운 산업이지만 고용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은 산업이다. 세계적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연구개발, 새로운 AI 서비스 개발, AI 실증화 등이 울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훌륭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청년들이 주말과 저녁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상업 및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양육하기에 최고의 도시로 인식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경제는 결국 사람이 일으키는 것이기에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 특히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행정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울산시가 NC다이노스 구단에 보여준 이번 사례는 모든 지방정부가 참고해야 할 ‘적극 행정의 교과서’라 생각한다. 이러한 적극성이 울산을 새로운 산업의 도시, 문화의 도시, 청년의 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해 더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이정협 서호홀딩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