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액티브 시니어는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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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액티브 시니어는 청춘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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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경 해당화 아코밴드 단장 재경 울산여고동문회 사무총장

나이가 들어도 활기차고 자신있게 살아가는 모습은 보기 좋다. 노인이 행복한 사회가 선진 사회다. 필자의 아코디언 연주단은 지난달 서울 성북동 성당을 찾았다. 지난해 가을, 성당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아카데미의 회원들이 초청해 공연을 했는데 ‘또 한번 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다시 연주 무대를 갖게 됐다. 회원들은 70대부터 90대까지로 모두 어르신들이다.

이미 한 차례 공연을 했던 터라 회원들이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있었던 덕분에 이번 무대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회원들은 소위 ‘옛날 어르신’이 아니라 신세대라 불릴 만했다. 곡이 끝날 때마다 보내주는 뜨거운 박수 소리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회원들의 노래 솜씨였다. 한 분은 팝송 ‘마이 웨이(My Way)’를 멋지게 부르셨다. 요즈음 흔히 사용하는 노래방 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가사를 다 외우고 있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여러 회원들이 무대로 나와 흥겨운 선율에 맞추어 춤도 췄다. 에너지가 분출했고, 반응이 뜨거웠다. 액티브 시니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비록 나이는 많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었다. 활기차고 당당한 태도는 젊은이 못지 않았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구나. 중요한 건 마음이야” 라고.

성북동 성당의 그 어르신들처럼, 나이듦을 삶의 완성으로 승화시키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활력을 잃고 도전을 멈추는 것이야말로 진짜 늙었다는 뜻이다. 반대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액티브 시니어는 여전히 청춘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반드시 열정이 줄어드는 것도, 감정이 메말라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열려 있으면 나이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된다. 흔히 사람들은 나이라는 숫자에 갇힌다. “몇 살이니 이건 하지 말아야지” “몇 살인데 이걸 시작해도 될까” 등으로 한계를 긋는다. 그러나 삶의 어느 시점에서도 새로운 시작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몇 살이냐가 아니다. 진짜 차이를 만드는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다. 시간의 흐름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주도적으로 사용한다면 삶의 내용과 질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미래를 기대와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돌보고 존중하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젊음의 조건이다.

독일 태생의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은 78세에 쓴 명시 ‘청춘(Youth)’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면서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을 때 비로소 늙는 것’이라고 노래했다. 그의 시처럼,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어떤 나이에서도 빛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시니어들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일을 도모하고 있을 것이다. 악기를 배우고, 노래를 연습하고, 외국어에 도전하며,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기도 한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더 배우고 싶은 마음, 세상과 연결되고 싶은 열망, 그리고 스스로 계속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지 늙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깊고 넓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나이가 아니라 의지가 삶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이들의 일상은 생생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성북동 성당의 액티브 시니어들은 은퇴한 세대가 아니라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온몸으로 증명이나 하듯이. 나이라는 숫자에 눌려 움츠러드는 대신, 그 숫자를 넘어서는 감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삶의 태도와 방향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나이는 사라짐과 쇠퇴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 아닐까.

김희경 해당화 아코밴드 단장 재경 울산여고동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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