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굴뚝 없는 첨단 산업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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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굴뚝 없는 첨단 산업도시
  • 경상일보
  • 승인 202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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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굴뚝은 공업도시의 상징이다. 공장의 굴뚝에서는 쉼 없이 연기가 흘러나왔다. 때론 검은 연기, 때론 흰 연기가 하늘을 자욱하게 덮기도 했다. 가정집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를 땐 ‘오늘은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듯,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치솟으면 먹지 않아도 배부른 것처럼 안심이 되었다. 그것이 그때 울산 사람의 심정이었다. 그땐 공해니, 오염이니 하는 말이 사치처럼 여겨졌었다. 그로부터 제법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고, 공해와 오염에서 안심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보자는 것으로 바뀌었다.

굴뚝의 검은 연기는 공해와 오염의 주범으로 몰려 점검과 단속의 대상이 됐다. 흰 연기도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어느새 공장의 굴뚝은 하나둘 사라졌다. 굴뚝을 대체하는 시설과 시스템으로 공장은 개선되고 재편됐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진화로 울산도 이제는 굴뚝 없는 첨단 산업도시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굴뚝을 사라지게 만든 일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굴뚝만을 없앤다고 해결될 과제가 아니었다. 굴뚝이라는 과거 체제를 대체할 첨단이라는 새로운 체제를 어떻게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라는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시설과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김두겸 시장을 중심으로 머리를 맞댔다. 다양한 제안과 치열한 토론, 각종 정보와 여론을 종합한 결과, 데이터센터 유치를 선정했다.

데이터센터는 모든 정보의 시작점인 동시에 종착점이다. 데이터센터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데이터센터는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디지털 심장이나 다름없다. 디지털 심장인 데이터센터가 가동하지 않으면 석기시대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꺼번에 전기가 끊어지는 블랙아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데이터센터는 운영 주체가 민간이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 중요시설로 인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저장 및 중계 시설이 아니라 첨단 기술과 제품의 복합 경연장이다. AI 기술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데이터센터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아무 곳에나 들어설 수 없는 한계와 제약이 있다. 충분한 전력과 풍부한 물은 데이터센터 입지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대용량의 시스템을 구동하려면 엄청난 전기가 소모되어야 하고, 기계의 냉각을 위해서는 냉각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값싼 전기와 물이 공급될 수 있다면 데이터센터 운영에 최적의 요소이다.

우리 울산은 원전 등이 밀집되어 있어 전기 공급 측면에선 다른 지역에 비해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특히, 분산에너지 특별법 통과로 전기를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되어 있고,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될 경우 정부로부터 더 많은 협조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장점과 강점에 힘입어 우리시는 최근 SK와 아마존 웹서비스가 공동으로 7조원을 투자하는 10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했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1GW급 데이터센터 유치와 아시아태평양 데이터센터 허브 구축에 대해서도 SK그룹 측과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울산이 데이터센터 유치를 계기로 AI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 신설과 S-OIL 샤힌프로젝트에서 가동했던 것처럼 데이터센터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이미 전담 인력도 배치했다.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방세 증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무엇보다, 울산이 굴뚝 산업도시에서 첨단 산업도시라는 이미지로 업그레이드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하나의 데이터센터가 또 다른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데이터센터 유치가 불러올 나비효과가 울산을 첨단분야도 선도하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산업도시라는 명성을 수성하는 또 하나의 심장이 될 것이다.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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