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025년 여름,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폭염의 한가운데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특히 산업 도시 울산은 단순한 ‘무더위’를 넘어선 재난 수준의 폭염을 경험하고 있다.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울산의 평균 기온은 33℃를 상회했으며, 기상청 관측 자료에 따르면 일 최고기온은 37℃를 여러 차례 기록하고, 습도까지 높아 체감온도는 일부 지역에서 40℃ 이상까지 치솟았다.
울산기상대에 따르면, 올해 7월 첫째 주 울산은 연속 10일 이상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는 1994년 이후 가장 긴 폭염 지속 기록 중 하나이다. 당시 울산의 폭염일수는 무려 30일에 육박하며 시민들을 괴롭혔다. 또한, 최근 10년간(2015~2024년) 울산의 폭염일수는 연평균 15일로, 그 이전 10년의 연평균 10일 대비 50% 증가하며 폭염이 점차 일상화되고 장기화되는 추세다.
기온 상승의 영향은 단순히 체감 더위를 넘어 도심 기반시설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남구와 중구 일부 도로에서는 아스팔트가 팽창하며 균열이 발생하고 표면이 들떠 일시적인 통제가 있었고, 도로 균열로 인해 응급 보수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특히 7월4일 남구 무거동 일대에서는 아스팔트 온도가 61.8℃까지 상승하며 인근 배수관의 PVC 재질이 일부 변형되는 사고도 보고됐다. 이러한 현상은 울산이 ‘열섬 도시’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섬뜩한 경고등이다.
폭염은 단순한 기후나 환경의 문제를 넘어, 에너지와 경제 문제로 직결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7월5일 전국 최대 전력수요는 94.3GW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냉방 기기 사용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기요금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피크 시간대(오후 2~5시)의 수요 집중은 전력계통에 큰 압박을 가하며, 예비율 하락으로 인한 계통 불안정이나 순환정전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력 생산을 위한 화석 연료 사용 증가는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져 기후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러한 에너지 위기 속에서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울산처럼 중화학·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역은 냉방뿐 아니라 산업설비 자체의 과열 방지에도 막대한 전력이 필요해 에너지 사용 효율화와 더불어,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통한 에너지 자립도 향상이 시급하다. 또한 에너지 효율이 낮은 노후 시설의 교체를 지원하고,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이자, 향후 수소·재생에너지 전환의 선도 도시로 거듭나야 할 곳이다. 우리는 지금 폭염이라는 기후 재난을 통해 미래의 에너지 체계와 도시 구조에 대해 다시 묻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더 이상 구호가 아닌 생존 전략이다. 지금이야말로 폭염을 견디는 ‘기술’과, 에너지를 아끼는 ‘태도’가 함께 필요한 시점이다. 이 뜨거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2050년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