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111)]전문가와 사기꾼
상태바
[송철호의 反求諸己(111)]전문가와 사기꾼
  • 경상일보
  • 승인 2025.07.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 전문가는 적고 사기꾼은 많다. 물론 시대에 따라서 전문가와 사기꾼의 비율은 차이가 있다. 좋은 사회는 전문가가 많은 사회이고 나쁜 사회는 사기꾼이 많은 사회이다. 달리 말하면 좋은 사회는 전문가가 활동하기 좋은 사회이고, 나쁜 사회는 사기꾼이 활동하기 좋은 사회이다.

전문가는 무슨 일에 정통하며,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추었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다. 여기서 잘 안다는 것은 단지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이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를 아는 것, 무엇을 알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 곧 자신의 지식 한계를 잘 아는 사람이 전문가이다.

사기꾼들은 대체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자신이 아는 것이 근거가 부족한 데도 모두 사실인 양 말한다. 그들은 기술이나 현상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전문용어를 남발한다. 그들은 모른다는 말하기를 꺼리고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뇌 과학 기술 분야의 전문가인 라피 레츠터는 “전문가는 자신이 아는 게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말하고, 사기꾼들은 반대로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라고 하였다.

요즘은 사기꾼이 많다. 사기꾼들이 전문가로 대접받고, 사기꾼들이 전문가인 양 하면서 진짜 전문가들을 핍박하는 일도 많다. 사기꾼은 지역으로 올수록 더 많다. 지역에 전문가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문가와 사기꾼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자는 <논어> ‘위정’에서 “유(자로)야, 너에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마.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子曰, 由, 誨汝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고 했다. 공자는 애제자 자로가 앎을 아는 사람, 곧 전문가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사기꾼이 적은 사회, 전문가가 많은 사회, 나아가 전문가가 활동하기 쉬운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전문가일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전문가를 지향할 수는 있다. 그래야 전문가와 사기꾼을 구별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지 한 번쯤 살펴보자.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3)겉과 속은 달라-애니원공원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