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대학교병원(병원장 박종하)이 국내 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기관지 내시경 로봇을 도입했다. AI(인공지능)가 설계한 경로를 따라 로봇팔이 자동으로 폐 결절까지 접근해 조직을 채취·검사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폐암 및 중증 호흡기 질환에 대한 진단·치료·시술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폐결절까지 정확한 이동…위치 안정성 확보
“모니터에 떠 있는 안내선이 내비게이션 같은 것입니다. 이 경로를 따라 로봇이 정확하게 폐 결절까지 접근하게 됩니다.”
지난 10일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열린 차세대 기관지 내시경 로봇 ‘아이온 엔도루미널 시스템(Ion Endoluminal System·이하 아이온)’ 국내 첫 시연 현장.
복잡한 모형 폐 조직 내부를 비춘 모니터에 파란색 안내선이 나타났다. 마치 내비게이션 화면처럼 보이는 이 선은 로봇 내시경이 이동할 경로를 정확하게 안내했다. 또 다른 모니터에는 환자의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기반으로 제작된 3D 폐 영상에 로봇의 이동경로가 실시간으로 그려졌다. 시연을 선보인 교수는 사전에 설계된 길을 따라 내시경을 조작했고, 폐 조직 끝자락에 있는 결절까지 무리 없이 도달했다. 약 50㎝에 달하는 구불구불한 거리를 흔들림 없이 지나간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20㎜ 이하의 작은 폐 결절이나, 채취가 까다로운 부위의 결절은 기존 장비로 도달이 어려웠다”며 “진단율도 낮아 환자에게 수술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었고, 결절을 발견하고도 지켜보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도입된 아이온 장비를 활용하면 20㎜ 이하 또는 채취가 까다로운 부위에 발생한 결절까지 정확히 도달해 조직을 채취할 수 있다”며 “수술 없이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경로 탐색과 함께 아이온의 또 다른 장점은 ‘위치 안정성’으로 꼽힌다.
기존 내시경 장비는 의료진이 기기를 손으로 직접 고정하며 조작해야 했다. 이 때문에 폐 깊숙한 부위에 있는 병변까지 흔들림 없이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아이온은 초정밀 로봇팔(카테터)을 통해 폐의 가장 깊은 부위까지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다. 이 덕분에 기존 장비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1㎝ 이하의 미세 결절도 진단 가능하다. 반자동 시스템으로 미세결절 진단율은 기존 50~70%에서 90%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단율 90%까지 상승…첫 임상 시술 성공
여기에 3차원 영상 촬영 기술인 콘빔CT를 병행해 병변 위치를 더욱 정밀하게 파악함으로써 시술 정확도와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아이온의 핵심 기능인 AI 기반 3D경로 계획은 수술 전 환자의 CT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하고 정확한 경로를 자동으로 설계해 준다.
울산대병원은 실제 지난 9일 폐 말단부 결절을 가진 70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임상 시술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해당 환자는 기존 검사 장비로는 조직 채취가 어려운 폐 말단부에 10㎜ 정도의 결절을 가진 고령자였다.
의료진은 아이온과 콘빔CT영상 시스템을 동시에 운용해 안전하고 정확하게 조직을 채취했다. 환자는 시술 당일 오후에 퇴원했다.
아이온은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사가 개발한 차세대 기관지 내시경 로봇으로, 로봇팔(카테터)을 통해 폐의 가장 깊은 부위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 여기에 울산대병원은 콘빔CT를 병행 도입해 실시간 영상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병변의 위치를 더욱 정밀하게 파악하고 시술 정확도와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울산대병원은 이날 신관 라운지에서 로봇기관지경·호흡기중재센터 개소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이곳에는 국내 최초 도입된 아이온을 비롯해 초음파 기관지내시경(EBUS), 내과적 흉강경(MT) 등 다양한 최첨단 진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태훈 센터장(호흡기내과 교수)은 “아이온은 환자 안전과 진단 정확성을 모두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기술 융합의 결과물”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을 아우르는 폐암 진단·치료의 중심 기관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폐암 환자는 약 13만1000명 이상으로 전체 암 유병자의 약 5.1%를 차지하며,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폐암은 조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 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과 정확한 조직검사가 생존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차형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