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AI 전략은 제조 현장의 실질적인 수요와 현실적인 고민에서 출발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친환경 전환, 고부가가치화라는 복합 과제를 마주한 울산은 데이터와 AI를 핵심 도구로 삼아 산업의 생존력과 미래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한다. 최근 울산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특화 제조데이터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며 이 전략의 국가적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하며,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술이다. 초거대 AI를 실현하려면 데이터, 전력, 공간, 냉각 설비, 통신 인프라 등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울산은 청정에너지의 집적도와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국내 유일의 도시다. 이러한 조건은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수도권 중심의 일극 모델을 보완할 수 있는 분산형 AI 실증 모델의 기반이자 디지털 주권과 전력 자립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다. 또한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에서 매일같이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는 울산을 산업 데이터의 보고(寶庫)로 만든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 기술의 실증과 확산은 AI 혁신기업 유치, 고용 창출, 지역 경제의 질적 도약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다.
울산형 AI 전략은 산업을 넘어서 도시와 농촌, 시민 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울산테크노파크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등 다양한 데이터 기반 사업을 통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AI 생태계 실험장으로 만들고 있다. 스마트팜 분야 역시 농업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작물의 생육을 진단하고 농작업을 자동화하는 지능형 농정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이처럼 울산은 산업과 도시, 농촌을 연결하는 통합형 AI 도시 모델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또한 울산은 단순히 인프라 유치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인재를 길러내고 기업과 시민이 참여하는 자생적 AI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초·중·고 및 대학과 연계한 제조 AI 교육과정, 시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 프로그램,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DT) 실무 인재 양성 등 다양한 현장 맞춤형 교육을 통해 체감형 인재 육성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울산이 확대 중인 ‘메이커스페이스 전문랩’은 AI 기반의 시제품 설계부터 스마트공정 실증까지 가능한 전주기 창업지원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조 데이터를 보유한 창업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뒷받침함으로써 울산형 AI 전략의 자생력과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울산형 AI 전략은 단순한 지역 성장의 도구가 아니다. 제조와 에너지, 도시와 농촌, 인재와 시민이 하나로 연결되는 AI 기반 국가 전환 전략의 지역 모델이다. 정부의 전략 집중과 울산의 실행력, 산업계와 시민의 참여가 결집될 때 울산은 산업도시를 넘어 모두를 위한 AI 수도로 도약할 것이라 확신한다.
이준정 울산테크노파크 미래전략혁신본부장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