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전쟁의 교훈, 충·효·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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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전쟁의 교훈, 충·효·보은
  • 경상일보
  • 승인 2025.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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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수 미국 KIC연구그룹 고문

1952년 2차세계대전의 영웅 아이크(Ike, 아이젠하워 원수의 별칭)는 3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 한달 만인 12월에 당선인 신분으로 한국전장 일선을 방문했을 때 첫 질문이 “내 아들 존 소령은 어디 있는가”였다. 휴전을 앞두고 치열한 공방 중인 상황이라 사적인 질문에 실망한 장군들과 종군기자들의 생각을 바꾼 것은 다음 설명이었다. “내 아들이 한국전쟁에 자원할 때 조건은 전사를 하더라도 포로가 되면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의 아들이 포로가 되면 휴전협상에 어떤 지장을 받겠는가” 자식의 안위가 아니라 우국충정이 앞선 대통령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일화다. 전역 후 아들 존은 유명 전쟁사학자로서 91세까지 최전선의 지휘관 무공에 견줄 공적을 남겼다.

한국전쟁에서의 여러 기록들 가운데 특별한 것은 142명에 달하는 미군장성 아들들의 전사다. 유엔군 사령관 밴플리트 대장의 외아들 제임스 주니어 대위는 해외 근무를 마치자 바로 한국전에 자원하여 야간 폭격 임무 중에 실종된다. 그 소식을 들은 밴플리트는 작전에 지장을 준다고 하루 만에 수색을 중단시켰다. “사랑하는 어머니! 이 편지는 모든 군인의 아내들에게 바치는 편지입니다. 저는 조종사입니다. 기수엔 폭격수, 옆에는 항법사, 후미에는 기관총 사수와 함께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힘을 보탤 것입니다. 저를 위해 기도하지 마시고 자유수호를 위해 소집된 나의 승무원들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남의 나라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그 어머니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승만 대통령은 미 의회 연설에서 밴플리트 장군을 ‘한국군의 아버지’라 칭송했다. 미 8군사령관 재직(1951~1953) 동안, 4년제 정규 육군사관학교 개교와 국군 현대화에 이바지했다. 전역 후에는 AID차관으로 울산공업단지 조성에 힘썼고 기공식 때는 미국 상공인들을 대동 현장까지 찾아온 진정한 한국의 친구였다.

하버드대학 구내에는 추모교회가 있다. 북쪽 벽의 동판에는 한국전쟁에서 산화한 18명의 졸업생 이름이 새겨져 있다. 나이순으로 적혔는데 1951년 졸업생 6명이 가장 많다. 졸업을 하자마자 이름도 모르는 나라 코리아 전쟁터의 어느 산하에서 못다 피운 젊은 생명들이 숨져갔다. 해밀턴 쇼 대위는 선교사 부모를 두고 평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미 해군장교로 2차세계대전에 참전 후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 중에 6·25 소식을 들었다. 어린 두 아들을 부모에게 맡기며 쓴 편지 “내 조국을 도우러 가지 않으면 나중에 평화가 왔을 때 선교사의 양심으로 후회할 것 같다”는 글이 유서가 됐다. 인천상륙작전에는 맥아더 장군의 통역관으로 보좌했고 서울 수복을 위해 해병대 장교로 보직을 바꾸고 앞장섰다가 전사했다. 폴란드 바르샤바 중심가에 레이건 동상이 있다. 소련연방 시절 노동자를 이끌고 자유를 위해 싸워 대통령이 된 바웬사는 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깨닫도록 미국 대통령의 동상을 세웠다. 냉전 종식과 폴란드 민주화를 도운 미국에 대한 보은의 기념물이지만 이것이 관광자원이 되고 민주국가들의 마음까지 살줄은 몰랐다. 그로 인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영국 런던에도 레이건 동상을 세우게 된다.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전쟁 중에도 미국에 유학생을 보내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던 것은 국비장학생이나 빈손으로 간 청년들 모두가 어디서든 바른 예절과 성실한 노력으로 그 지역사회의 도움을 얻어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그 인재들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오늘의 한국을 만든 주역이 됐으나 그들 중에 미국인들의 국가관과 청교도 정신은 못 배우고 출세욕만 키운 자들이 정치인, 법관, 공직자가 되어 국민을 호도(糊塗)하고 있다. 배은망덕의 사고와 행동으로 기회의 땅 미국의 유학길마저 막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 한국의 대미외교는 살얼음판이다. 국익을 위한 친 통상(通商) 대중외교를 탓할 국민은 없다. 국제질서는 힘의 논리로 작용되는데 동맹국이 취할 스탠스는 분명해야 한다. 외교부의 중동분쟁 코멘트에서 이스라엘 비판은 반미선동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국민들이 나서 나라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플라톤-

김종수 미국 KIC연구그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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