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업현장 집중호우 안전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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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산업현장 집중호우 안전대책
  • 경상일보
  • 승인 2025.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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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예고 없이 쏟아지는 게릴라성 폭우와 강풍은 이제 여름철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 변화무쌍한 기후가 산업현장에서는 곧바로 재난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은 여전히 간과되기 쉽다. 특히 건설현장이나 옥외 작업이 많은 현장은 장마철 집중호우 앞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곤 한다. 잠시의 방심이 순식간에 중대재해로 이어지고, 그 사고는 곧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이 된다.

집중호우가 산업현장에 끼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지반이 약해지면 굴착부나 절개지가 무너지고, 이는 작업자 매몰이라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진다. 지하 공간이 침수되면 작업자가 고립되거나 감전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고소작업 중 강풍을 만나면 추락으로 연결되기 쉽고, 바람에 날린 자재가 비래물로 변해 사람을 덮치기도 한다. “비 좀 온다고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는 안이한 생각이 이미 너무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장마철을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장마철 산업현장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위험요소는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지반 붕괴 위험이다. 물을 머금은 흙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 쉽다. 둘째는 침수로 인한 고립과 감전사고. 특히 지하작업장, 전기실, 기계실은 탈출이 어렵고 감전 위험이 매우 높다. 셋째는 강풍에 의한 추락과 낙하물 사고이다. 고소작업대나 타워크레인은 바람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넷째는 전기설비 누전 사고다. 전선 피복 손상이나 누수된 구간에서 감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지막 다섯째는 작업중지의 지연이다. 위험을 감지하고도 일정에 쫓겨 작업을 강행한 탓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최근에도 안타까운 사고들이 발생했다. 2024년 7월, 경기도 화성의 한 지하주차장 신축 현장에서 갑작스런 폭우로 지반이 붕괴되며 굴착 작업 중이던 노동자 2명이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지반 배수 미흡과 작업중지 미이행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예방은 철저히 준비한 자만이 할 수 있다. 장마철 대비를 위해서는 기상특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면 외부작업을 즉시 중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침수 우려 구간은 배수 상태를 점검하고, 전기설비는 미리 차단해야 한다. 타워크레인과 가설 구조물은 결속 상태를 철저히 확인하고, 강풍을 대비한 보강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업중지 기준’을 관리자 재량이 아닌 시스템 기준으로 명확히 정해두는 일이다. 사전에 기준이 정립돼야만 현장은 혼란 없이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

작업을 멈추는 시점과 절차도 매우 중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는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사업주는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작업자를 대피시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시간당 강수량 30㎜, 풍속 10㎧ 이상, 또는 호우경보 발령 시 작업중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작업을 중단했다면, 안전점검을 반드시 거친 뒤 위험요소를 제거한 상태에서 재개해야 한다. 현장 내 비상연락망과 비상신고 체계를 항상 작동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도 필수다.

정부와 안전보건공단도 여름철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위기경보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배포하고 있으며, 공단은 집중호우 대비 산업안전 가이드라인과 함께 기술지도 요원을 현장에 파견해 위험 요소를 직접 점검한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도, 그것을 작동시키는 것은 결국 현장의 사람들이다. 안전은 제도가 아니라 사고를 미연에 대비하고자 하는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작업 일정보다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사람의 생명이다. 위험하다고 느껴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대피하자.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 있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장마철, 비보다 생명을 먼저 봐야 한다.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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