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동맥경화증과 관련된 증세가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과다로 인해 일어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실제 임상결과는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다. 동맥경화증, 심장마비, 고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등 우리가 콜레스테롤이나 지방 때문에 생긴다고 믿는 대부분의 질병은 호모시스테인이라는 물질의 혈중 농도와 관계가 있다.
하버드 의대 맥컬리 박사는 지난 1960~1970년대에 연구를 통해 이 사실을 밝혔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장질환과 뇌졸중은 오직 콜레스테롤에 의해 생긴다는 의사와 제약회사들의 카르텔에 의해 그는 결국 대학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심장 발작이 있는데도 절반 이상이 혈중 콜레스테롤이 정상이거나 고지혈증이 없는 경우도 많이 발견됐다. 1990년 하버드 의대의 메이어스탬프 박사와 1995년 제이콥셀험 박사의 연구에 의해 맥컬리 박사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입증됐고, 오늘날 세계적으로 혈중 호모시스테인 수치의 상승만으로 전체 심장 발작과 뇌졸중의 15%가 발생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호모시스테인은 우리 몸이 메티오닌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을 분해할 때 생성되는 중간 대사산물이다. 메티오닌은 육류, 계란, 우유, 치즈, 흰 밀가루, 통조림 식품과 고도 가공식품에 다량으로 포함돼 있다. 정상적으로는 인체는 호모시스테인이 생기면 아미노산인 시스테인이나 다시 메티오닌으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비타민B9(엽산), 비타민 B6(피리독신), 비타민B12(메틸코발라민)이 필요하다. 이 비타민들이 모자랄 때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올라간다. 혈중 정상치는 5~15마이크로몰ℓ로 돼있다. 그러나 스트렌드 교수는 7마이크로몰 이상이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보아 7마이크로몰 미만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12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신진대사가 원활할 때는 메티오닌이 시스테인으로 변하면서 생긴 부산물(호모시스테인)이 바로 없어지지만 비타민B군 특히 비타민 B9·B6·B12이 모자라면, 호모시스테인이 혈관벽에 콜레스테롤과 함께 누적돼 관상 동맥질환과 뇌졸중, 심장병의 주범이 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유전적으로 호모시스테인이 많이 생기는 환자는 10세경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같이 동맥경화증으로 죽게된다.
호모시스테인이 많으면 나쁜 콜레스테롤 LDL이 많아지고 좋은 콜레스테롤 HDL은 감소하기 때문에 직접 원인이 콜레스테롤처럼 보인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는 호모시스테인이 늘어난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각종 성인병과 노화현상은 호모시스테인이 많기 때문에 일어난다.
외국에서는 호모시스테인 수치를 치매 진단의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무서운 병은 시판되고 있는 비타민 B군이 강화된 약제들을 매일 복용하면 예방할 수 있다. 건강 검진시 혈중 호모시스테인 검사도 반드시 함께 해보는 것이 현명하다 하겠다.
김용언 전문의·의학박사·세민에스재활요양병원 진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