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울주군 언양읍 반곡리 고하마을. 마을회관 겸 경로당 바로 옆에는 마을 놀이터가 설치돼 있다. 놀이터 모랫바닥 곳곳은 관리를 하지 않은 듯 곳곳에 잡초가 자라 있다. 시소, 그네, 미끄럼틀은 오랫동안 이용하지 않은 듯 곳곳이 녹슬고 파손돼 있다.
울산시와 울주군에 따르면 고하마을 놀이터는 지난 2016년 설치됐다.
들어선지 만 10년이 안됐지만 지금은 이용하는 아이들을 찾기 힘들다. 마을에는 10세 이하 아이가 한명도 없는 데다, 주말이나 방학에도 마을을 찾아오는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은 “더 이상 쓸모 없는 시설로 남겨두기보다 다수를 차지하는 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지난해 마을 놀이터 부지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경로당 신축을 군에 요청했다.
이에 군은 지난해 말 마을 부지 소유권 이전을 완료하고, 지난달 경로당 설계를 완료했다. 군은 5억3000여만원을 들여 마을 놀이터 지정을 해제하고 내달 착공해 연말까지 경로당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는 울산 인구 구조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난 2020년 7월 기준 울산 전체 인구 114만1362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3만9272명(12.2%)이었지만, 올해 7월 기준 109만3317명 중 19만6921명(18.0%)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반면, 아동(0세~17세) 인구는 같은 시기 18만9342명(16.6%)에서 15만8818명(14.5%)으로 감소했다.
불과 3년 만에 아동은 3만여명이 감소한 반면 노인 인구는 6만여명이 늘어난 것이다.
시설 변화도 뚜렷하다. 노인 관련 주거·의료·복지시설은 2020년 169곳에서 올해 437곳으로 급증했다. 반대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같은 기간 192곳에서 163곳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지역 사회가 아동 중심에서 노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울주군 관계자는 “지난해 마을 놀이터 이용자가 없어 시설을 폐쇄한 적은 있지만, 마을 놀이터를 없애고 경로당을 새로 짓는 건 군 내 최초 사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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