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폭염이 9월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울산 지역 주유소 곳곳에서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주유하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아 화재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칫 운전자의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화재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오후 5시20분께 울주군 청량읍의 한 셀프주유소에서 주유를 마친 대형 트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유는 차량 시동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고, 연료통 뚜껑이 닫히는 순간 불꽃이 치솟았다.
화염은 순식간에 차주를 덮쳤고, 순식간에 대형 사고로 확산할 뻔했다. 다행히 인근에 있던 주유소 직원이 소화기를 들고 달려와 초동 진압하며 대형 사고로 번지지는 않았다. 사고 트럭은 디젤(경유) 차량으로, 일반적으로 화재 위험이 낮다고 알려져 있었던 만큼 충격을 더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디젤 차량이라도 여름철 고온에서는 화재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한다. 디젤의 발화점이 약 55℃ 이상으로 휘발유보다 높지만, 폭염으로 인한 연료 증기와 작은 불꽃, 정전기만으로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셀프 주유소’가 늘어나면서 운전자의 부주의가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 기자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지역 주유소 여러 곳을 확인한 결과, 상당수 운전자가 ‘시동을 끄면 에어컨이 꺼져 더워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시동을 켠 채 주유했다.
또 정전기 방지 패드 사용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잦았다. ‘여름에는 정전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정전기는 계절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으며, 폭염으로 기화된 연료 증기와 결합할 경우 작은 불꽃에도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동을 켠 채 주유하는 것은 위험을 떠나 엄연히 위법이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인화점 40℃ 미만의 휘발유 차량이 엔진을 정지하지 않은 채 주유할 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무더운 여름철은 휘발유 유증기 확산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특히 큰 시기”라며 “주유소 화재 예방을 위해 △주유 전 반드시 시동 끄기 △정전기 방지 패드 사용 △흡연·화기 사용 금지 △연료 주입구 결합 상태 확인 △휴대전화 사용 금지 △정기 시설 점검과 소화기 비치 △안전표지 부착 등의 기본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