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 경력이 쌓이면 일에 능숙해지고, 자연스레 여유도 따라올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아침마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며 마음을 다잡아도, 바쁜 하루가 끝나고 남는 것은 여전히 줄지 않은 할 일 목록과 묵직한 피로감이었다.
반복되는 답답함을 해결하고 싶어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그렉 맥커운의 <본질에 집중하는 힘, 에센셜리즘>이다. 책 앞부분의 ‘성공의 역설’은 혼란스럽던 내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처음에는 목표에 집중해 성과를 내지만, 그 결과 더 많은 일과 기회를 맡으며 정작 중요한 일에는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돌아보면 나 역시 모든 일을 해내려는 조급함에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지 못한 채 바쁘기만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곧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오히려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려면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와 선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의 “전략은 선택을 통해 차별성을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곱씹으며,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라는 원칙으로 내 하루를 다시 바라보았다.
학생자치 업무를 맡으면서 다양한 행사를 경험했지만, 매번 남는 아쉬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변화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자꾸 돌아보게 됐다. 고민 끝에,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자치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리는 것임을 깨달았다. 업무의 본질이 분명해지자 내년 사업을 준비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어디에 힘을 쏟을지에 대한 고민도 줄었다. 이제는 현장에서 학생들의 자발성과 성장이 시작되는 순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또한 조직에 대한 중요한 통찰도 전한다. 조직이 본질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개인과 조직 모두 의미 없는 분주함에 갇히게 되고, 각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좇고, 자연스레 임원이나 사장의 기분을 살피는 데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조직의 진정한 성장이나 긍정적인 변화가 점점 멀어진다는 점을 다시금 실감했다.
처음엔 단순히 일의 효율성과 업무의 본질을 알고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질에 대한 고민은 결국 더 깊고 진실한 삶을 선택하는 용기와 맞닿아 있음을 깨달았다.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 수 있고, 그런 삶은 곧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길임을 알게 됐다. 각자가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고, 그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용기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함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김건희 울산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