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속 외래어에는 일본을 거쳐 들어온 영어 단어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은 일본식 발음으로 도입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 원형 발음에 가까운 형태로 바뀌었다. 오늘은 일본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영어 원형과는 차이가 많은 단어 ‘프로’와 ‘프로테지’의 기원을 따라가 본다.
‘프로(pro)’는 영어에서 전문가를 뜻하는 professional의 줄임말로 널리 쓰이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퍼센트를 뜻하는 ‘프로’라는 단어도 일상에서 자주 들린다. ‘30프로 할인’, ‘배터리가 15프로 남았다’처럼 percent보다 더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영어 단어 percent는 라틴어 per centum에 어원을 둔다. per는 ‘~당’, ‘비율로’를 뜻하는 전치사이고, centum은 ‘100’을 의미하며, 직역하면 ‘100당’, 즉 100분율을 뜻한다. 이 표현은 중세 라틴어에서 프랑스어를 거쳐 영어에 정착해, 오늘날에는 정량적 비율, 할인율, 성장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 수치 단위로 쓰인다.
일본에서는 퍼센트를 ‘パ一セント(파센토)’로 발음하며, ‘프로’를 그 의미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프로’가 어떻게 한국으로 유입되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17세기부터 일본과 활발하게 교류해 온 네덜란드의 영향을 받아 네덜란드어 procent가 일본에서 줄여져 ‘프로’가 되었고, 이 표현이 한국으로 전파됐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독일어 prozent가 일본 의료계에서 ‘프로’로 줄여 쓰였다는 것이다. 확정된 것은 없지만, ‘프로’라는 표현이 일본을 경유해 한국에 정착했다는 데에는 견해가 일치한다.
여기에 우리만의 흥미로운 변형이 더해진 것이 ‘프로테지’다. 이는 percentage에서 영향을 받아, ‘프로’에 접미사처럼 ‘~테지’를 붙인 한국식 신조어다. 영어에는 없는 표현이지만, 실생활에서는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이 표현은 언어가 어떻게 각 문화권에서 창조적으로 변형되고 정착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심민수 울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