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행정부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중동·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세계 무역 환경이 급변하면서 울산 수출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울산은 수출 의존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제조업 도시다. 국가별로는 미국·중국 경기에, 품목별로는 자동차, 정유·석유화학, 조선 업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울산시는 18일 ‘통상환경 대응 전략 설명회’를 열어 수출기업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수출 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폭탄’ 돌리기다.
이미 지난 5월3일부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는 50%, 자동차와 부품에는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있고, 조만간 부과 대상도 확대될 예정이다. 한국의 3500억달러 투자 내용을 담은 한·미 간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며 울산 기업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멕시코도 한국 등 FTA 미체결국에 최대 50%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자동차 부품,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에 고율 관세가 적용되면, 미국 시장의 생산 거점으로 멕시코를 활용해온 지역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울산 수출기업들의 미국 시장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올 8월까지 울산 총수출액 중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의 24.4%를 차지했다. 이는 2~5위 수출국인 중국(8.8%), 싱가포르(6.5%), 호주(6.1%), 일본(5.9%)의 수출 비중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품목별 편중 위험도 존재한다. 8월 말까지 울산의 총수출액 중 자동차(부품) 비중이 31%로 가장 높다. 특히 대미 수출액 가운데 자동차(부품) 수출 비중이 60%를 웃돈다. 과거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석유화학은 중국 시장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이날 설명회에서 강조된 전략은 생산 거점의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화다. 미국과 중국에 집중됐던 생산 및 수출 구조를 벗어나 베트남 등 신흥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리튬, 니켈과 같은 핵심 광물 자원은 자원 부국인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공급 불안정성을 낮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세계 10대 수출국 중 한국의 수출 편중도가 가장 높다며 수출 다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울산 수출 역시 미국 시장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울산이 불확실한 대외 무역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정 시장·품목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신흥시장과 신산업으로의 전략적 다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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