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형 장애인 배움돌봄센터, 복지 전환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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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형 장애인 배움돌봄센터, 복지 전환의 실험
  • 경상일보
  • 승인 2025.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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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복지모델이 울산에서 첫발을 뗐다. 울산시는 지난 19일 중구 해솔주간이용센터에서 ‘울산형 장애인 배움돌봄센터’ 현판식을 가졌다. 울산시는 이곳을 포함해 남구의 장애인주간보호센터 ‘별’, 사랑나눔장애인주간보호센터까지 총 3곳을 ‘울산형 장애인 배움돌봄센터’ 운영기관으로 공식 지정했다. 이는 돌봄 중심이었던 기존 주간보호시설에 교육 기능을 결합한 전국 최초의 모델로, 장애인의 일상생활 지원은 물론 자립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시도다.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은 그동안 기본적인 돌봄과 여가활동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성인기 발달장애인의 학습 공백, 낮 시간 활동처 부족, 가족 돌봄 부담은 해소되지 못한 채 누적돼 왔다. 이번 울산형 모델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실험적 시도다. 주 5일, 하루 8시간 동안 절반은 돌봄, 절반은 배움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의사소통 훈련, 경제·직업기초 교육 등 실생활 기반 학습을 제공한다. 단순 보호를 넘어 장애인의 자립 역량을 체계적으로 키우려는 것이다.

이 시도는 당사자와 가족 모두에게 의미가 크다. 보호자는 자녀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확신을 얻는다. 이는 곧 돌봄 부담 완화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불안 해소로 이어진다. 발달장애인 또한 배움의 기회를 통해 자존감과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울산시는 우선 3곳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성과를 평가한 뒤, 운영기관 확대와 프로그램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맞춤형 콘텐츠 개발, 전문 인력 확충, 교육·복지기관 간 연계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예산 지원의 지속성과 성과평가 체계 마련, 교육 콘텐츠의 질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울산형 모델은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과 성장의 주체’로 바라보는 시선 전환을 전제로 한다. 이는 장애인 정책을 사회적 보호 차원이 아니라 권리 보장 차원에서 재구성하는 의미를 지닌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시민의 인식 개선과 공동체적 지원망 확충이 함께 이뤄질 때 이 실험은 더욱 튼튼해질 수 있다.

보호에서 배움으로, 배움에서 자립으로. 울산이 내디딘 걸음이 성인 발달장애인의 삶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진정한 복지는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다. 울산의 시도는 그 첫 출발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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