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스톱’ 상태에 있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가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첫 시추가 ‘불발’로 끝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민주당의 예산 삭감 등 정치적 갈등이 겹치면서 사실상 추진 동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러나 정보와 기술이 앞선 글로벌 석유 기업들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에 관심을 보이며 사업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은 ‘자원 낭비’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발목이 잡혀 있다. 중국과 일본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석유·가스 자원 개발 쟁탈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정치적인 논란 속에 발이 묶여 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은 단순한 자원 개발을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프로젝트이다. 이제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신속하고 과감하게 자원 개발 사업을 재개해야 할 시점이다.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가스전 2차 탐사 시추부터 사업에 참여할 해외 사업 파트너를 찾기 위한 국제 입찰을 실시한 결과, 석유 메이저인 영국 BP를 비롯한 복수의 해외 석유사들이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국 자문사 액트지오 분석 결과 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를 포함한 7개 유망 구조에는 최대 140억 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석유공사의 1차 시추 작업은 실패했다. 경제성 있는 가스전으로 개발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다수당인 민주당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관련 사업 예산을 삭감하면서 추진 동력이 꺼졌다. 이번 해외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참여 의향 접수는 정부 지원 없이 자체 사업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석유공사에 천군만마의 힘이 실리게 됐다.
석유·가스 탐사는 본질적으로 성공 확률이 낮은 사업이다. 성공 확률이 약 20%에 불과한 이유는 자원 탐사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망한 구조라 하더라도 최소 5번의 시추공을 뚫어야 자원의 존재 여부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원 개발에 부정적인 정부와 여당의 시각, 그리고 석유공사의 자체 투자여력 부족 등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정부는 이번 글로벌 석유회사의 참여를 계기로 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감한 재정 투입을 통해 사업 재개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더 이상 정치적 논란에 휘둘릴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한국의 에너지 안보는 한층 더 취약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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