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도심은 수십년 동안 ‘보이지 않는 규제’에 묶여 있다.
공항 안전을 이유로 내려진 고도제한은 중구의 40%, 북구의 35%에 달하는 지역을 덮으며 주민들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도심 개발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70여년 만에 고도제한 규정을 전면 개정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제도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개정안은 기존의 단일 기준(장애물 제한표면·OLS)을 폐지하고, 절대금지구역(장애물 금지표면·OFS)과 탄력적 적용구역(장애물 평가표면·OES)으로 나눴다. 안전은 더욱 철저히 확보하되 불필요한 제약은 줄여 도시 개발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취지다.
물론 국제 기준이 곧바로 국내 지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개정의 기본 방향이 규제 완화에 있는 만큼 국내제도 마련 과정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반영될 필요가 있다.
국제 기준이 내세운 ‘안전 확보와 개발 여건의 조화’가 국내 제도에 제대로 구현된다면 울산 도심은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울산공항이 상대적으로 소규모라는 점은,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활주로 양 끝단에서 좌우 3.8㎞까지 고도제한이 적용되던 울산은 향후 제한 범위가 축소되면 도심 상당 부분이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실제로 산업로~동천서로 구간을 제외한 상당수 지역이 새 기준 아래에서 개발 가능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주거환경 개선, 도심 재생, 상권 활성화 같은 숙원 사업들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진다.
단순히 높이 규제를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울산이 정주 여건을 개선하며 새로운 성장 거점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는 작지 않다.
다만 고도제한 완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규제가 풀리더라도 도시 발전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생활환경과 경관까지 고려한 균형 잡힌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변화를 계기로 울산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70년 만의 규제 개정은 결국 울산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안전을 지키면서도 어떻게 도시를 새롭게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에 현명하게 답할 수 있다면 울산은 고도제한의 그늘에서 벗어나 시민에게 더 넓고 자유로운 하늘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주하연 사회문화부 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