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AI 연구와 실증은 다른 이야기다
상태바
[안현실 칼럼]AI 연구와 실증은 다른 이야기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9.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안현실 UNIST 연구부총장

인공지능(AI)의 패권은 마지막에 누가 쥐게 될까? 미국일까? 중국일까? AI 연구와 실증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면 예측이 쉽지 않다.

어떤 연구든 상품이나 서비스로 이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들이 많다. 기술적으로 구현돼야 하고(기술성), 경제적으로 투자가 일어나야 하고(경제성), 마지막에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팔려야 한다(수용성).

이론적으로는 리스크나 불확실성이 기초연구 단계에서 가장 크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줄어든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초연구가 응용→개발→실증으로 진행되면서 새로운 리스크나 불확실성이 반복해 발생하거나 더해진다.

리스크나 불확실성을 기업에 모두 해결하라고 하면 과소투자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가장 장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미국의 국방부(DOD)다. 그들은 연구(R)와 개발(D), 테스트(T), 평가(E), 이른바 ‘RDT&E’ 포트폴리오 투자를 행한다. 미국 국방부의 RDT&E 투자는 크게 7가지 예산 활동(BA) 코드를 포괄한다. ① 기초연구, ② 응용연구, ③ 첨단 기술개발, ④ 첨단 부품개발 및 시제품, ⑤ 시스템 개발 및 시연, ⑥ RDT&E 운영 지원, ⑦ 실제 운영시스템 개발 등이다. 미국 과학공학통계센터(NCSES)는 ①②를 연구(R), ③④⑤⑥을 개발(D), 그리고 ⑦을 비(非)연구개발(R&D)로 나눈다. 미국 국방부는 ①②③을 과학기술(S&T)로, ④⑤⑥까지 합친 것을 R&D로, ⑦까지 합치면 RDT&E로 본다. 2022년 회계연도 총 1159억 달러에 달하는 RDT&E의 투자 구성에서 ①은 3%, ②는 6%, ③은 9%다. 반면, ④⑤⑥이 45%, 그리고 ⑦이 38%다.

AI 등 첨단 혁신기술의 대부분은 미국 국방부 또는 국방부와 손잡은 기업으로부터 나왔다. 한국의 과학기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혁신 경쟁을 한다면 미국의 카운트파트는 국방부다.

연구와 실증은 다르다. 돈은 후자 쪽에서 훨씬 많이 든다. 국립 경상대학교 박종복 교수에 따르면 기술사업화에 필요한 비용은 R&D 비용의 약 24배에 달한다.

실증이 연구와 또 다른 영역이라는 점에서는 AI도 예외일 수 없다. 당장 범용 AI와 산업 AI는 천지 차이다. 성능과 비용, 보안 등에서 기업이 수용 가능해야 한다. 이를 웅변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22년 11월30일 챗GPT가 대중 앞에 등장하기 전부터 한국에서는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AI로 해결해온 곳이 있다. 바로 UNIST의 노바투스 아카데미아다. 수백 개 기업의 실증경험이 축적돼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휘뚜루마뚜루 휘두를 수 있는 범용의, 만능의 AI 무기(one-size-fits-all)는 없다. 기업마다 처한 조건이 다 다르고, 기업에 맞는 AI 활용법도 다 다르다. 유산(Legacy)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은 하나도 없다. AI 표준 활용법에 맞춰 기업을 통째로 바꿀 것인가? 아니면 기업 맞춤형 AI 활용법으로 갈 것인가? 실증 사례가 쌓이면 여기서 나오는 문제의식이 연구 쪽으로 역류한다. 연구와 실증의 선순환, 그게 곧 혁신이다.

‘피지컬 AI’가 유행이지만, 로봇이 연구실에서 시장으로 나아가기까지는 넘어야 할 리스크나 불획실성이 여전히 많다. 투자수익률(ROI)을 따지면 더욱 그렇다. 지속가능한 공급망과 생태계 형성은 또 다른 얘기다. 어떤 하드웨어든 적용가능하고 프로그램하기 쉬운 로봇 소프트웨어, 휴머노이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등도 그렇다.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가장 넘기 어려운 실증의 고개가 기다리고 있다.

연구와 실증이 다르다는 것은 한국이 노리는 산업AI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가 산업제조 AI, 피지컬 AI를 서로 하겠다고 나선다. 울산, 나아가 부·울·경은 연구와 실증이 동시에 가능한 유일한 지역이다. UNIST는 ‘국가 산업AI 연구 및 실증센터’를 유치해 한국 산업의 판을 바꾸고 싶다.

안현실 UNIST 연구부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13)유익한 지름길-청구뜰공원
  • 울산의 초가을 밤하늘 빛으로 물들였다
  • 한국드론문화협동조합 양산서 공식 출범
  • 태화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추진
  • 물과 빛의 향연…‘남창천 물빛축제’ 6일 개막
  • 수소도시 울산, 2028년까지 295억 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