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우리는 모두 우리의 역사를 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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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우리는 모두 우리의 역사를 쓸 수 있어야 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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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국 울산 삼산고등학교 교사

부레가 없으면 물고기는 가라앉는다. 바다에 사는 수많은 물고기 중에 상어는 부레가 없다. 상어는 태어나면서부터 쉬지 않고 움직여야만 한다. 상어는 잠시라도 멈추면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어는 그래서 몇 년 뒤에는 어떤 바다 동물에게도 뒤지지 않는 힘을 지니게 된다고 한다.

나는 TV 프로그램 중에 토크 예능 방송을 자주 본다. 현재 함께 살아가고 있는 출연자들의 담화를 통해 그들의 진짜 모습을 마주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을 보는 동안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 순간 나의 삶을 반성하기도 하고 비슷한 아픔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물론 용기를 내기로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방송을 계기로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하는 지지자가 된다.

최근 방송에서 이대호 선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와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이야기에 먹먹해졌다. 할머니를 호강시켜 드리고 싶어서 야구를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야구를 해야 할 이유가 없어져서 한동안 방황했다는 이야기까지. 형편이 좋지 않아 주변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으나 동시에 차가운 시선과 말들을 들을 때는 꾸역꾸역 참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삶에 대한 감사함이 큰 이대호 선수의 모습을 마주하며 나는 존경심이 일었다.

같은 방송에서 추신수 선수도 출연해서 자신의 어려운 시절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추신수 선수가 저렴한 물가에도 불구하고 마이너리그 시절 생활고를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이야기였다. 뛰어난 선수들의 현재에 ‘그들만의 시간’이 있었다.

우리들의 모습에는 우리들의 시간이 있다. 우리의 시간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지나온 시간을 헤쳐 나온 자신을 돌아보면 우리는 애처롭고 기특한 우리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결핍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어떤 공간 또는 어떤 시간 속에. 결핍은 우리가 현실을 마주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노력해야 하는 삶의 무게이다. 나 또한 학창 시절 불만이 컸다. 다른 조건에 있는 사람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했다. 저항했다. ‘중 2병’이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시기이지 않을까 싶다. 인정하기 싫었다. 외면하고 싶었다. 많은 시간 방황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친구들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각자의 현실로 들어섰다.

학교는 아이들이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는 소극적으로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삶을 살 수 있는 마음을 길러 주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현실을 마주하고 우리만의 역사를 써내려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현국 울산 삼산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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