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 김덕령의 옥중사망 사건으로 더욱 흉흉해진 민심을 반영하듯이 백성들 사이에서 임금을 대놓고 욕하는 노래가 남도지방을 중심으로 떠돌아 다녔다.
권력중독증에 걸린 임금의 백성불감증은 이미 치료불가능 상태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주상은 천운을 타고난 군주였다.
이 아비규환의 혼란 속에서도 그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를 능가하는 히데요시와 왜장들의 악랄함 때문이다. 관백 히데요시와 그의 주구들이 조선 백성들에게 조금만 더 관대했더라면 왜군들은 조선팔도에 그들의 깃발을 확실하게 꽂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임금은 배신자
백성은 지키겠다 목숨을 바치는데
용상의 못난 왕은 저 혼자 살겠다고
꿈꾸는 게 요동 땅 망명을 노래하네
충신은 목을 치고 역적은 중용하는
임금은 배신자
울분에 찬 백성들의 마음이 만들어낸 노래였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이 노래는 순식간에 하삼도를 휩쓸었다. 그러고는 결국 엉뚱한 곳에서 죽음을 불러왔다. 아무 뜻도 모르는 채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이 관헌들에게 목이 잘리고, 그 애들의 부모까지도 죽임을 당했던 것이다. 조선팔도에 한바탕 피바람이 불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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