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제10기 BCS 8강]‘화가 김환기와 유영국’-이태호 명지대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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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일보 제10기 BCS 8강]‘화가 김환기와 유영국’-이태호 명지대 전 교수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0.06.30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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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미술 어려울 것 없어 두 거장도 느끼는대로 그려”
김환기·유영국 삶 통해
韓 추상미술 전성기 소개
▲ 이태호 명지대 전 교수가 지난 29일 CK아트홀에서 열린 제10기 비즈니스컬처스쿨(BCS) 8강에서 “화가 김환기와 유영국”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한국의 추상미술 전성기는 언제부터였을까. 우리의 추상화가 어떻게 세계의 현대미술 흐름을 주도하게 됐을까. 그렇다면 그 뿌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29일 강의는 미술사학자이자 평론가인 이태호 명지대 전 교수가 ‘김환기’와 ‘유영국’의 삶과 예술을 통해 이같은 궁금증을 풀어주는 시간이었다. 한국 현대미술작품 중 최고가를 수년마다 경신하는 김환기(1913~1974). 그의 예술인생은 크게 서울-파리-서울-뉴욕시대로 구분된다. 해방 후 1956년까지 홍익대 교수로 근무하다 훌쩍 떠난 파리에서 3년의 유학생활을 마친 그의 작품은 이전보다 한껏 세련돼졌다. 이후 뉴욕으로 간 그는 그 곳에서 숨이 다할 때까지 전력을 다해 작품활동에 매진했다.

점화(點畵)는 1970년대 들어와 시작했고, 그가 죽기 전 5년 간 가장 찬란했다. 그는 일기에서 ‘내 작품은 공간의 세계다. 마음 속을 잘 말해주기 때문에 그렇다. 내 점의 세계에 나는 새로운 창을 하나 열어주었는데 여기서 새로운 세계는 안 보인다. 내가 찍은 점,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 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술은 철학도 미학도 아니다. 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그저)있는 것”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유영국(1916~2002)은 1930년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유럽 모더니즘을 선도한 몬드리안이나 말레비치 같은 작가의 기하학적 구성화법을 따랐다. 그 이후 외길로 추상회화를 고집스레 추구했다. 시기별로 화법의 변모가 있지만, 추상작품들을 보면 산 모양의 삼각형을 주축으로 자연의 이미지를 단순화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검은 선의 굵은 윤곽을 치기도 하고, 기하학적 색면을 엄격히 재구성하기도 했다. 거친 터치를 살리거나, 초록색·붉은색·노란색·보라색·파란색 등의 채색으로 자연의 미묘한 변화와 빛을 표현하기도 했다. 유영국은 산, 바다, 나무, 기와지붕, 해와 달, 황혼 등 고향 울진을 비롯한 한국의 산수를 추상으로 담아냈다. 평생 산을 그린 유영국은 아예 가슴에 산을 담고 살았다. 여주에 있는 묘비석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바라 볼 때마다 변하는 것이 산이다. 결국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다.’

두 사람을 잇는 고리가 있다. 청년시절 일본에서 같이 유학했고 자유미술가협회(1937~1940), 미술창작가협회(1940~1943)를 거치며 한국추상미술의 기틀을 닦았다.

이태호 교수는 “추상미술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앞서 소개한 한국의 두 거장은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리지않고 자기 마음이 보이는대로 그렸다. 그들의 그림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중심은 항상 ‘나’다. 내 생각대로 그림을 보면 되고, 느끼면 된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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