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 산천에 백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철철철 다 넘는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에야라 난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 좋구나 내 사랑아……도라지 타령
7~8월이 되면 도라지꽃이 만개한다. 도라지는 옥수수, 깻잎, 상추잎, 호박잎 등이 밭을 온통 장악하고 있을 때 그 틈바구니에서 별처럼 꽃을 피운다. 흰색 꽃과 보라색 꽃이 대부분이며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밤하늘 별처럼 도라지꽃은 무리를 지어 피는 것이 보통이다.
민족과 함께 해 온 도라지는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 ‘도라지’라는 처녀가 동네 오빠를 짝사랑했다. 도라지는 그 오빠가 중국으로 공부하러 간 후에 절집에 들어가 오매불망으로 세월을 보냈다. 도라지는 오빠가 10여년만에 돌아와서 ‘도라지야!’하고 부르는 소리에 너무 반갑고 기뻐서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도라지꽃이 되었다. 그 오빠는 고국으로 돌아오는 도중 난파돼 죽은 혼령이었다. 심심산천에 피는 도라지꽃은 그래서 더욱 처연하다.
도라지는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에도 나온다.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도라지 위스키’는 그 도라지가 아니다. ‘도라지 위스키’는 일본의 산토리사(社)에서 나온 ‘도리스(Torys) 위스키’를 위조한 것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상표법에 걸리면서 급하게 ‘도리스’에서 ‘도라지’로 변경한 것이다. 따라서 도라지 위스키에는 도라지 성분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도라지에는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사포닌, 통증을 가라앉히는 플라티코딘, 암세포의 전이를 억제하는 이눌린 등이 풍부하다. 따라서 폐나 호흡기 질환을 오래 앓았거나 면역력이 크게 약화된 경우, 암이나 오래된 천식, 당뇨, 심장병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통된 주성분은 바로 뿌리 속에 들어 있는 사포닌이다. 사포닌(saponin)의 어원은 그리스어 Sapona(거품이 일다)인데, 비누(soap)의 어원이기도 하다. 비누처럼 미세한 거품을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50~60대라면 귀에 익은 용각산 광고문구가 생각날 것이다. 가래로 인해 기침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찰 때, 목이 붓고 아플 때 한번 쯤 먹어보았을 것이다. 이 용각산의 주재료가 바로 도라지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