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64)]여름날의 보양식 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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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64)]여름날의 보양식 콩국수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0.08.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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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길고 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피서철에 접어든 요즘 가장 많이 먹는 음식 중의 하나가 바로 콩국수다. 특히 말복이었던 지난 15일 울산지역 유명 콩국수집에는 콩국수 마니아들이 줄을 섰다. 단백질이 풍부한데다 구수한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사찰에서는 단백질이 부족한 사찰음식을 보완해주는 훌륭한 대체재로 이용된다. 여름에 절을 방문한 사람들은 비빔밥 대신 콩국수를 대접받는 경우도 많다. 국수는 ‘승소(僧笑)’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데, 하도 맛있어 스님들도 국수가 나오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한다. 콩국수 한 그릇의 열량은 500㎉ 정도에 불과하지만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기름과 양질의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 마니아들을 더 유혹한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좋은 곡식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은 귀현(貴顯)한 자에게로 돌아가 버리고 가난한 백성이 얻어먹고 목숨을 잇는 것은 오직 이 콩뿐이다”며 ‘콩 예찬론’을 폈다.

콩국수의 주요 재료인 콩 국물은 옛날부터 조상들이 자주 마시던 음료였다. 콩을 갈아 국물을 만들어 놓고 배고플 때 부족한 양식 대신 수시로 콩국을 마시며 영양을 보충했다. 다산 정약용 역시 <다산시문집>에서 “춘궁기를 당하여 뒤주가 비는 일이 갈수록 심해져서 콩국 마시는 걸로 만족해야 하니, 참으로 옛사람들에게 부끄럽습니다”라고 했다. 이렇듯 콩국수의 주재료인 콩국은 청빈한 선비의 음식이었고 서민의 양식이었다. 지금은 콩값이 비싸졌기에 콩으로 만든 음식이 싸구려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옛날에는 춘궁기에 요긴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조선총독부 법무국 행형과가 1936~1937년 각 형무소에서 보고받은 재소자들의 식단표를 보면 재소자들은 하급미 10%, 콩 40%, 좁쌀 50%로 구성된 ‘콩밥’을 먹었다. 교도소에서 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1986년부터다. ‘콩밥 먹는다’는 표현은 여기서 나왔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국수가 먹고 싶다’ 전문(이상국)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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