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한국 유리문화 원류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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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한국 유리문화 원류 찾는다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0.12.0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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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박물관 ‘오색영롱…’
능묘서 출토된 국보·보물 등
유리제품 1만8천여점 전시
생산흔적·종교적의미도 소개
내년 3월1일까지 특별전시관
▲ 국립경주박물관이 특별전 ‘오색영롱, 한국 고대 유리와 신라’를 개최한다. 사진은 신라능묘에서 출토된 유리그릇.

국립경주박물관이 특별전 ‘오색영롱, 한국 고대 유리와 신라’를 마련한다. 8일부터 내년 3월1일까지 박물관 내 특별전시관.

이번 특별전은 한국 고대 유리를 주제로 한 최초의 대규모 전시다. 철기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는 유리 제품 1만8000여점이 선보인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 출토 봉황 모양 유리병(국보 제193호)을 비롯한 국보 3건과 보물 8건이 포함된다. 신라 사람들이 특별히 아끼고 사랑한 유리를 중심으로 한국 고대 유리의 전반적 흐름을 조명할 수 있다.

4500년 전 지중해 지역에서 탄생한 유리는 기원전 1세기 ‘대롱 불기’라는 혁신적 기법이 개발되면서 로마 제국에서 널리 사용됐다. 고대 동아시아에서 유리는 서역에서 온 진귀한 보물로 여겨졌으며, 오색을 띠며 빛을 발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했다. 주로 장신구에 활용되었고, 서방에 비해 그릇류는 보편화되지 않았다.

▲ 유리사리병.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신라 능묘에서 출토된 다수의 유리그릇은 매우 놀랍고도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7개 능묘에서 제대로 형태를 갖추어 출토된 유리그릇은 15점 정도. 그 중 황남대총에서 8점이 나왔다. 이들은 다채로운 색과 기형으로 세계 유리제조 역사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생산지는 이집트, 시리아-팔레스타인, 코카서스산맥 남쪽, 중앙아시아 등으로 추정된다. 2000~1500년 전,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육로와 해로를 통해 신라로 전해진 유리제품들이다.

이번 전시는 고대 유리의 유형 중에서도 주류를 이루는 구슬의 무궁무진한 변주를 보여준다. 각양각색의 단색 유리구슬 이외에 상감이나 금으로 장식하여 한층 화려한 모습을 띠는 유리구슬 제작방식도 알려준다.

고대 한반도에서 유리를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생산했다는 증거도 소개한다. 기원 전후 여러 유적에서 발견된 거푸집은 유리구슬을 청동기, 철기를 제작하던 방식과 같이 틀을 사용하여 만들었음을 알려준다. 부여 쌍북리와 익산 왕궁리 등에서 발견된 유리 도가니와 납유리 파편은 모래에 납을 섞어 유리를 만드는 기술이, 늦어도 6세기 말에는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유리에 부여된 종교적 의미도 살펴본다. 황룡사 구층목탑, 구황동 삼층석탑 등에서 발견된 다량의 유리구슬은 유리가 부처에게 바치는 귀한 보석으로 여겨졌음을 알려준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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