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37)]통도사 봉발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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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37)]통도사 봉발탑
  • 경상일보
  • 승인 2021.02.2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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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석가모니 부처님의 밥그릇이 저렇게 크다고?” “얘 좀 봐라. 이 정도 크기는 되어야 석가세존의 발우지.”

두 모녀가 봉발탑 앞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이다. 탑이라고 하기엔 모호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통도사에만 있는 이 특별하고 희귀한 조형물을 봉발대나 석존의 의발(衣鉢)을 받들어 둔 의발대라 부르기도 한다.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해야만 탑은 아니다. 산길에서 만나는 작은 돌탑에도 청정한 마음을 일으키고 하루에도 수십 기의 탑을 마음속에 쌓아 올리기도 하지 않는가. 탑의 상륜부에도 귀한 보륜을 보호하기 위해 밥그릇을 엎어놓은 것 같은 복발 장식이 있다.

통도사 봉발탑은 보물 제471호다. 하대, 중대, 상대석 받침 위에 뚜껑 있는 커다란 밥그릇을 올려놓은 형상이다. 불가에서는 스승이 제자에게 옷이나 발우를 물려주는 것이 법을 전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봉발탑은 석가세존의 옷과 발우를 미륵보살이 이어받아 중생을 제도할 미래불임을 나타내는 조형물이다. 그래서 미륵불을 모신 용화전 앞에 있다.

 

활짝 핀 홍매화를 보러 온 사람들로 통도사 너른 경내가 들썩인다. 꽃을 향해 카메라를 열심히 누르는 저 중생들과 똑같이 석가모니 부처도 밥을 먹는다는 건 거룩한 일이다. 전염병이 창궐하여 전 세계를 위기에 몰아넣은 어려운 시대에 모두 밥값만 제대로 한다면 세상은 온전히 제자리를 찾게 되리라. 통도사 학인 스님들이 날아가는 기러기처럼 안행을 이루어 발우공양을 하러 가는 모습에서도 밥의 엄중함을 깨닫는다.

불자들은 그 해에 생산한 가장 좋은 쌀을 깨끗한 자루에 담아 부처님께 올리곤 한다. 통도사 용화전 미륵불앞에도 대적광전이나 관음전에도 공양미 자루가 고이 놓였다. 그 쌀로 지어 올린 하얀 고봉의 마지摩旨는 최고의 공양물이다. 그렇다면 봉발탑이야말로 중생의 기원을 담은 최상의 탑이 아닐까. 석가세존의 발우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미륵부처님께 인사를 하고 나온 모녀가 다시 봉발탑을 향해 깊게 절을 한다.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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