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 문화(21)]미국사회 부(富)의 편중현상과 사회갈등
상태바
[한규만의 사회와 문화(21)]미국사회 부(富)의 편중현상과 사회갈등
  • 경상일보
  • 승인 2021.03.09 2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오류
슈퍼리치 기부·부자증세 요구 잇따라
부의 편중 심각한 한국도 고민 필요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문학

미국사회의 부(富) 편중현상과 빈부격차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허프포스트>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부유층과 빈곤층의 자산 격차는 두 배 넘게 더 벌어졌다. 2018년 미국 소득불평등은 최근 50년 사이에 최고치를 찍었다. 파월 의장은 소득 불평등이 미국에서 가장 큰 사회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소득 불평등은 G7 국가들 중 가장 심각하다. 작년 미국에서 수천만 명이 실직하는 등 세계 경제가 수렁에 빠져든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도 억만장자들은 오히려 재산을 14%(약 495조원)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억만장자들의 재산보고서인 <억만장자 보낸저(Billionaire Bonanza) 2020>에 따르면 미국 부자 톱 3인의 자산이 하위 1억6000만 명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억6000만 명은 미국 인구 약 절반이다. 억만장자 3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 버크셔해서웨이의 창업자 워런 버핏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0년 억만장자들의 재산 증가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증시에서 의료보건과 기술주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고 한다. 의료보건 분야에서 억만장자들의 올해 재산이 50%나 늘었고 기술 분야 억만장자들도 43%의 재산 증가율을 보였다. 한편 엔터테인먼트와 부동산, 금융 등 분야 억만장자 재산은 10% 내외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부의 편중현상이 낳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다. 미국의 극심한 빈부격차와 중산층의 소멸, 부를 소수의 손에 집중시키는 IT 회사에 대한 일반국민의 반감 증대, 부와 권력의 세습 등. 결론적으로 부의 편중이 민주주의와 인종 문제를 악화시키고, 사회 구조와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한다.

이러한 문제점 지적과 미국 대선 주요 이슈였던 흑인들의 인종차별 항의시위와 백인우월무장단체의 급증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미국사회의 불안요소를 제공하고 있는 흑인들과 고졸 백인남성 그룹이 서로 적대적 관계를 보여주었지만, 실상을 파헤쳐보면 두 그룹 모두가 급격한 사회변화와 4차산업혁명에서 소외된 패배자 또는 빈곤층으로 전락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흑인들의 격렬 항의시위가 역사적으로 미국땅에 끌려와 피폐한 삶을 강요받았던 흑인들의 해묵은 울분이 폭발한 것이라면, 백인우월무장단체의 의회난입사건은 철강업과 제조업의 몰락을 경험한 저학력 백인 현장 노동자들의 심리적 분노와 좌절이 왜곡되어 분출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특히 대부분 선진국에서 감소하는 자살률이 미국 40, 50대 중년 백인 남성에서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백인남성우월주의자들이 믿는 음모론 중에 대표적인 것이 ‘빌 게이츠 재단의 코로나 바이러스 제조설’이다. 이 음모론의 밑바닥에는 갑부들에 대한 질투과 적개심이 깔려 있다. 무장 민병대를 자처하는 이들은 미국사회의 가장 위험한 테러집단이 되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도 희망이 싹이 보이는 것은 슈퍼리치들의 진정성 있는 따스함이다. 빌 게이츠가 자신의 자선재단에 400억 달러(약 50조원)를 투자했고, 워런 버핏도 게이츠 재단에 자신의 재산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말 가슴뭉클한 부자들의 언행이다. 이 재단은 한국 LG화학의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1200만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펀드투자의 귀재 레이 달리오, 워런 버핏과 애비게일 디즈니(디즈니 상속자) 등이 스스로 부자증세를 하라고 요구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이 연이어 “현재의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오류”라며 “이를 수정하지 않으면 자본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부유층에 대한 세금 확대, 교육 시스템 개편 등을 해결 방안으로 꼽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도 미국에 이어 부의 편중현상이 매우 심각한 나라이다. 우리도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문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
  • 축제 줄잇는 울산…가정의 달 5월 가족단위 체험행사 다채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